클래식 전용 콘서트홀..내년 9월3일 개관

▲ 롯데홀 외부
[시사플러스=심일보 기자]내년에 서울에 에술의 전당과 쌍벽을 이룰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생긴다.

잠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롯데홀'이 그곳이다. 내년 9월3일 개관이니, 1988년 전문 콘서트 시대의 문을 연 예술의전당 음악당 이후 무려 27년 만에 서울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생기는 셈이다.

롯데홀은 무엇보다 국내 재계 서열 5위로 알려진 롯데그룹이 약 1200억을 투자해 짓는 공연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삼성카드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샤롯데씨어터 등 상업적인 뮤지컬이 오르는 무대에 대기업의 자본이 투입된 바는 있으나 클래식 공연장으로는 이례적이다.

지난달 롯데홀의 대표로 취임한 김의준(64) 국립오페라단 전 단장 겸 예술감독 역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1"공연장은 돈이 많이 들어요. 이후로 앞다퉈서 전용홀이 생겼으면 해요. (비상업적인) 연극, 무용 전용홀이요. '롯데홀'로 인해 이런 여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우리 몫이죠"라고 밝혔다.

하드웨어(공연장 시설)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전제로 공연장의 승패는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을 적게 들어 (좋은) 공연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분 밑에서 문화에 대해 10년 정도 배우고 싶어요. 나라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이니 큰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롯데홀은 지하철 2·8호선이 지나는 잠실역 일대에 들어서는 이른바 '롯데타운'에 자리했다. 롯데그룹이 3조원을 들여 짓는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내 쇼핑몰 7~11층에 위치한다. 7층과 11층은 공연장을 운영하기 위한 시설이 들어서는 만큼 실제 8~10층이다.

강북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강남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강 체제인 국내 클래식 공연장 구도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종문화회관이 다목적홀인 만큼 사실상 예술의전당과 경쟁 체제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로 '빈야드(vinyard) 스타일'로 지어진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빈야드가 와인용어로 '포도밭' '포도원'을 가리키는 것에서 보듯 포도밭처럼 홀 중심에 연주 무대가 있는 점이 특징이다. 무대 주변을 객석이 둘러싼다. 최고의 클래식 공연장으로 통하는 도쿄 산토리홀, 삿포로 콘서트홀,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베를린 필하모닉홀 등이 예다. 산토리홀과 월트디즈니홀을 맡은 일본 나가타 음향설계의 도요타 야스히사가 설계했다.

최연식 롯데홀 공연장TF팀 책임은 "산토리홀처럼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다"면서 "층 구별이 없는 자유로운 형태로 연주자와 객석 간의 친밀함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내부에는 5000여 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파이프오르간도 설치된다. 국내 공연장 중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곳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유일하다. 객석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비슷한 수준인 2018석이다. 2018년 아시아 10대 기업이라는 목표를 세운 롯데그룹의 비전에 맞췄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어느 정도 요건을 갖췄지만, 건립 당시 충분한 조력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만큼 클래식 전문 공연장으로서 약점이 조금씩 눈에 띈다. 김 대표는 "시설을 만드는 분들에게 기간을 충분히 줘 최상의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공연장은 하드웨어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 즉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명성 있는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일정이 이미 잡혀 있어 벽에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고 웃었다. 지금 확정된 오케스트라는 9월 3~4일 개관 공연을 맡는 정명훈 예술감독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정도다. 정 예술감독 일정도 2년 전에 조정했다.

게다가 많은 단체가 익숙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선호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공공성이 있는 공연장입니다. 하지만 롯데홀은 공연을 하면 저 사람(롯데그룹) 좋은 일 시켜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예술의전당은 홍보를 안 해도 되는 곳입니다. 사람들이 오다가다 공연을 볼 수 있죠. 그러나 나머지 홀은 분명히 목적을 알고 가는 곳이죠."

▲ 롯데홀 내부
하지만 차별화할 여지는 있다는 판단이다. "공공 공연장인 만큼 대관 위주로 하다 보니 교향악축제 같은 성공적인 프로그램 외에는 기획 공연 비율이 떨어지죠.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를 꾀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크레디아, 빈체로, 마스터미디어 등 국내 내로라하는 클래식 기획사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무조건 머리를 들이밀면 (다른 기획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어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어려운 부분이지만, 그들도 살고 우리도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해요."

그래도 이미 확정된 9~12월 개관 페스티벌을 위해 "잘 알려진 분들을 섭외하는 것이 녹록지 않겠지만,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고려대 영문과를 나온 김 대표는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과 아시아태평양 아트센터연합회, 아시아태평양 공연장연합회 부회장, LG아트센터 대표 등을 지냈다.

롯데홀 대표 자리는 김주호 전 대표가 지난해 5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약 1년간 공석이었다. 김의준 대표는 김 전 대표와 지난 2011년 중반께 롯데홀의 자문을 함께 맡았던 인연이 있다.

특히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재임할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성악가나 연출가 출신이 아닌 공연장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국립오페란 단장을 맡은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바그너의 최후 악극 '파르지팔'을 매진시키는 등 오페라 대중화에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쇼핑몰, 영화관, 아쿠아룸 등 위락시설을 끼고 있는, 롯데홀의 강점이 김 대표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다소 쉽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쇼핑하는 주부들이 많아서 낮 공연인 마티네를 많이 열 생각"이라면서 "낮 공연과 저녁 공연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연장은 낮에 한번 또는 격월제로 진행하는데 저희는 매주 열어서 최대 40회 정도를 열 계획이다."

이어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모션 공연을 진행할 생각"이라면서 "세미 오페라와 재즈 공연도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의 질을 컨트롤 잘하면 3년 안에는 자리를 잡지 않을까"라며 기대하고 있다.

롯데홀은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4개월의 파이프 오르간 튜닝 기간과 6~8월 테스트 공연 기간을 거친다. 일반 대상 대관 오픈 예정일은 2016년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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