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어제 오늘 한국의 KF94 마스크를 사용한 소감으로는 가격이 비싼(₩2,000)만큼 원단이 두껍고 단단해서 제대로 얼굴에 맞는 느낌! 마스크하고 안경써도 흐리지 않을만큼 우수"
"호흡이 편해. 지금까지의 어떤 마스크보다 숨쉬기 편함, 4중인데! 잘 만들어졌구나"
"KF94 마스크 처음 써봤는데 착용감과 안쪽이 까칠까칠한 느낌이 없어서 최고~ 마음에 들어!"

28일 한 해외 반응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국 KF94 마스크에 올라온 일본 네티즌의 반응이다.

잦은 미세먼지로 인해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규격화된 기준이 있는 한국의 마스크가 빛을 발하는 현장이다.

중국은 전 세계 마스크의 절반가량을 만드는 1위 생산국이다. 미국 병원 의사도, 꽃가루에 민감한 일본인도 저렴한 중국산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다 썼다. 그러나 중국이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문을 걸어 잠궜다.
 
한국도 2월 26일 마스크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마스크 공급이 충분하다"고 정부가 오판한 건 요동치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진 국민 심리는 못 읽고 국내 수급만 따져본 탓도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마스크가 남아돌아 걱정이었다. 미세 먼지로 마스크 인구도 늘고, 생산 업체도 늘었지만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다. 홍남기 부총리가 뒤늦게 "마스크 수출 금지가 더 일찍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굼떴다. 3월 10일 관방장관이 '마스크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가 보조금 준다고 당근책도 제시했지만 신중한 일본 기업들은 쉽사리 설비 증설에는 나서질 않는다. '코로나 특수' 후의 공급과잉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의 마스크 필터 연구용 설비 '파일럿 플랜트'를 MB 필터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B 필터는 KF 등급 마스크의 핵심 소재다. 과기정통부는 생기원의 설비를 통해 생산한 MB 필터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마스크 생산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생기원의 파일럿 플랜트는 하루 최대 200㎏가량의 MB 필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KF80∼KF94 등급의 보건용 마스크 약 10만 개를 제작할 수 있다.

나노 필터 마스크의 기술력이나 생산 능력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을 압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고품질 나노 멤브레인과 나노 필터를 생산하는 소재 업체가 있다. 나노 필터 마스크 대량생산을 준비하며 KF94 인증 절차도 진행 중이다. 심지어 일본이나 중국보다 앞선 2015년 식약처가 나노 필터 마스크에 KF94 인증을 준 적도 있다. 다만 당시는 신소재에 적용할 규정이 없어 '나노 필터'라는 용어는 쓰지 못하고 나노 필터임을 에둘러 표시한 채 KF94 인증 마스크로 생산해 왔다. 민관 협력이 제대로 이뤄져 식약처 인증 등이 속도를 낸다면 마스크 수급에도 한층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금이야말로 '마스크 전쟁'에서 깃발을 꽂을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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