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20일 이상 잠복끝에 검거

▲ 청해진해운 관계사 중 하나인 건강식품 회사 대표를 맡으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아들 유대균씨에게 거액의 자금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는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씨가 21일 오후 인천 남구 학익동 인천지방검찰청으로 긴급 체포 되고 있다.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21일 유 전 회장의 부인 권윤자(72·여)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경기경찰청 소속 합동검거팀과 함께 이날 오전 10시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모 오피스텔 부근에서 권씨를 긴급체포했다. 권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다른 여성 2명도 함께 체포됐다.

권씨는 남편인 유 전 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한동안 도피 행각을 벌여 지명수배를 받아왔다. 수사 초기부터 휴대전화를 끄고 거주지를 수시로 옮겨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체 연락하지 않아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검찰에 파악됐다.

검경은 20일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은신처를 집중적으로 추적·잠복한 끝에 권씨를 검거, 이날 낮 12시25께 인천 남구 학익동에 위치한 인천지검으로 압송했다.

권씨는 흰 셔츠와 검은 바지, 검은 모자를 쓴 채 침울한 표정으로 검찰청사에 도착했다.

권씨는 취재진으로부터 '배임, 횡령 혐의를 인정하나', '왜 계속 도망다녔나', '남편이 어딨는지 알고 있나' 등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창시자인 고(故) 권신찬 목사의 외동딸인 권윤자씨는 대구에 위치한 방문판매업체인 '달구벌', 남녀·아동 맞춤복 회사인 ㈜크레오파트라 대표, 대구의 보전신협 이사 등을 지냈다. 구원파의 국내외 선교 활동을 총괄하는 등 교회 운영에도 깊이 관여했다.

권씨는 5년째 대표를 맡고 있는 '달구벌'의 회사 자금과 교회 헌금 등 10억원 이상을 횡령하고 거액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씨가 유 전 회장이나 대균(44·지명수배), 혁기(42·해외 도피)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에 편법으로 회사 돈을 빼돌려 몰아준 정황을 포착, 관련 자금거래 흐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권씨가 '달구벌' 등을 운영하면서 유씨 일가의 불법 재산이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씨가 대표로 있던 ㈜크레오파트라가 수차례에 걸쳐 대출을 위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을 고려할 때 대출금이 유씨 일가로 흘러들어가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권씨를 상대로 유 전 회장과 공모해 계열사나 교회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있는지,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는지, 유 전 회장 부자의 도피에 관여하거나 소재지를 알고 있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권씨의 혐의가 상당부분 확인되는 대로 이르면 오는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유 전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64)씨를 친인척 중 처음으로 구속했다.

권씨는 ㈜흰달, 트라이곤코리아의 대표 등을 맡았으며 계열사 자금을 경영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유 전 회장 일가에 몰아줘 회사에 수십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 19일 유 전 회장의 동생 경희(56·여)씨와 매제인 오갑렬(60) 전 체코 대사를 긴급체포했다.

이로써 유 전 회장의 친형과 처남, 여동생과 매제에 이어 부인마저 검찰에 체포 또는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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