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대다수 기업들이 면접 등 채용일정을 연기하는 가운데 3일 서울 한 대학교 채용게시판이 텅 비어있다.
[신소희 기자] "한자리 뽑는데 126명이 지원했어요."

서울 도봉구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임모(34)씨는 최근 아르바이트생 모집공고를 냈다가 깜짝 놀랐다. 아르바이트 한자리를 모집하는데 일주일간 126명이 지원했고, 그 중에는 박사학위자도 있었다.

임씨는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최저시급대로만 주는데도 이력서가 이렇게 많이 들어오니 요즘 코로나19로 경기가 힘들다는 말을 새삼 체감했다"며 "지원자 중에는 나이가 40~50대인 사람도 있고 박사학위자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교동의 한 삼겹살집.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을 뽑는데, 45명이 몰렸다.

이 식당 김 모(45) 사장은 “다들 이유가 전 가게에서 코로나 때문에 그만두라고 해서 온 거더라고요”라고 답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원을 둔 소상공인 가운데 약 70%가 휴직이나 해고를 통해 인건비를 줄였다. 한 통계에 따르면 ‘만약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 경우 직원을 더 내보내거나, 가족끼리 일하겠다’는 답은 80%나 됐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황모(24)씨는 지난 2월 학교 근처 일식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가게가 일시휴업에 들어가면서 일할 기회를 잃었다.

황 씨는 이달 초 닭갈비집과 고기집 면접도 봤지만 지원자가 몰리면서 채용되지 못했다.

황씨는 "용돈하고 방세를 벌어야 하는데 고민"이라며 "계속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통해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 모 씨(27)는 “거의 2주째 알바 지원을 하고 있는데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서 “취업하기도 전에 실직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한 모 씨(26)는 “지금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같이 일하던 알바생 3명이 잘렸다”면서 “요새 알바도 줄이는 상황인 만큼 아직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8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100일 맞는 가운데, 외출 자제 등의 이유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을 그만두게 되거나 아예 일자리를 못 구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취업준비생 유명사이트 '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독취사)'에도 황 씨와 같은 고민을 호소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한 회원은 "아르바이트 구하다구하다 이젠 면접을 보러 왕복 3시간20분인 곳을 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가 필수인 청년들 뿐만 아니라 실직한 40~50대들도 아르바이트 전선에 나서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알바몬 관계자는 "40~50대는 전체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20~30%를 차지한다"며 "주로 노무생산이나 사무직을 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자리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해고를 당해도 다른 자리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 전국 아르바이트 공고 수는 1월 중순 대비 27.8% 감소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는 비정규직, 서비스직 및 저소득층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4일부터 5일간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수준인 47.5%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비정규직(66.3%)이 정규직(35%)에 비해, 서비스직(66.9%)이 사무직(35.4%)에 비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자 비율이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월급 150만 원 미만 노동자는 10명 중 7명(70.2%)이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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