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21대 총선에서 궤멸적인 참패를 기록한 미래통합당을 향해 "까놓고 말하면 통합당은 뇌가 없다. 브레인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며 선거 패배로 연결됐다”며 “탄핵 정권의 패전투수인 황교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았던 것 자체가 탄핵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선거 참패를 놓고 "단기적 원인은 코로나가 너무 컸기 때문에,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참패했을까 생각한다"며 "코로나 없어도 이 당은 질 수밖에 없었다. 운동장은 이미 기울어졌는데 보수주의자들이 몰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 패인 분석으로 "첫째는 탄핵의 강을 못 건넌 것"이라며 "전통지지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투항해버린 것이다. 탄핵은 보수층 대다수가 참여해서 가능했지만 결국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돌아와 보수층도 뒤돌아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태극기 보수 유튜버를 거론하면서 "보수의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며 "보수 혁신에 실패해서 그들에 의존하고 여론 헤게모니(주도권)를 넘겨줬다. 그들과 적절히 싸워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설득했어야 하는데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당대표가 황교안씨였다. 이것도 딱보면 탄핵의 강을 못 건넌 것"이라며 "이 분이 탄핵 총리다. 탄핵 정권 패전투수를 당대표 시킨 것은 탄핵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다. 그러다보니 대안세력으로 인정을 못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가 황 대표에게 밀려나가지 말고 종로에 나가려면 보수재건의 씨앗이 되겠다는 자세로 나가야 하는데 등떠밀려 나갔다"며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부른 것도 너무 늦었다. 김 위원장에게 권한을 줘야 하는데 마지막에 선거운동 수준의 일밖에 못했고, 공천에 관여하지 못하고 그나마 공천도 뒤엎고 문제되는 의원들, 민경욱 의원을 안 자르니 계속 사고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코로나 대응도 마찬가지"라며 "코로나는 국가적 재난사태인데 정쟁화하면 안된다. 국가적 재난사태에는 당리당략을 넘어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사건으로 자꾸 저쪽을 공격하려고 하지마라"며 "회계가 어떻고 저떻고는 언론에 내버려두면 된다. 운동권 방식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고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사회과학적 인식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세상이 달라지고 정보화 세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과학적 윤리적 인식의 현대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통합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로 "공화주의 이념을 권하고 싶다"며 "정치는 공적사항이라는 의식과 실용주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진보표 보수표 정책은 없다. 보수 진보가 아니라 흑묘냐 백묘냐 이런 태도를 가져아 한다"고 진 전 교수는 덧붙였다.
  
더불어 "경제, 정치 문제 등 남북관계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누가 추진했나. 김영삼 정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을 이야기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이) 일관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의 세대교체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권력을 30·40, 20대로 넘겨줄 생각을 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는 자식에게 좋은 걸 주고 싶어 한다. 젊은 세대에 많은 권한과 권력을 주면서 지금 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를 겪고 정보화 사회에 진입했다. 한마디로 한국사회 주체가 교체된 것"이라며 "과거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분기점이 40대에서 50대로 올라갔고, 몇 년 있으면 60대로 올라가면 전통적 지지자들은 돌아가신다"고 했다. 

그러고는 "재밌는 현상이 20대들의 투표현상이 60대 이상과 동조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며 "요즘은 민주화세력이 내세웠던 것이 위선으로 여겨진다. 386이 권력을 장악하는데 20년 걸렸으니 여러분이 이들과 계속 가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의 문제점으로는 "주전장(主戰場)을 내줘버린 것"이라며 "지금도 극단적 세력 유튜브를 보면 음모론을 펼치고, 버리자니 버릴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극우유튜버는 똑같은 문제를 민주당도 겪고 있다"며 "극단적 유튜버 선동세력은 자기동력이 있어서 당의 통제가 안 된다. 그나마 민주당은 적절하게 자르고 주변화에 성공했는데 그게 열린민주당이다. 여기(통합당)는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정당정치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