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16일 오후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 최종회에서는 무너져 내려버린 이태오(박해준 분)의 모습에 일말의 연민을 느끼는 지선우(김희애 분)의 모습과 그런 부모의 모습에 혼란을 겪는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태오는 여다경(한소희 분)에게 버림을 받은 후 폐인이 됐다. 모두들 그가 고산을 떴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조용히 고산 집으로 돌아온 지선우와 이준영의 주변을 맴돌았다.

술에 절어 사는 이태오는 지선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했다. 지선우가 찢어버린 리마인드 웨딩 사진과 결혼식 사진을 다시 이어붙인 그는 이어붙인 사진 한 장을 지선우에게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1년 뒤, 이태오는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돌리고 작업을 하면서 지냈고 여다경(한소희 분)은 미술사 공부를 시작했다. 지선우도 병원일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준영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선우는 가출 청소년을 위한 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며 이준영을 기다렸다.

지선우는 "삶의 대부분을 함께한 배우자를 도려내는 건 내 한몸을 도려내는 것이라는 것"이라며 "부부라는 건 일방적인 가해자도 완전무결한 피해자도 없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출했던 이준영이 돌아왔다.

지선우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아프게 곱씹으면서 또한 그 아픔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매일을 견디다 보면 어쩌면 구원처럼 찾아와 줄지도 모르지. 내가 나를 용서해도 되는 순간이"라고 말하며 방송 말미에는 아들 이준영이 집으로 돌아온 듯한 모습이 그려지며 마무리됐다.

애매한 결말에 일부 누리꾼들은 "와 부부의 세계 결말이 이게 끝이야?", "너무 어이없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지만 '부부의 세계'가 그려낸 '부부의 세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지선우와 이태오는 강점과 결점이 뚜렷한 인물이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에게 지독한,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일면 닮은 부분도 있다. 이들은 종종 사랑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살아가며, 상대에게 미안함과 연민을 느끼지만 한 번 무너져 내려버린 관계는 끝내 봉합할 수는 없었다.

이같은 '부부의 세계'는 손제혁(김영민 분)과 고예림(박선영 분)의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감정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고, 때로는 연민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요동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신뢰가 끊어져 버린 관계, 쏟아진 물이 돼버린 엄연한 현실을 지탱할 수는 없다. 결국 부부의 세계란 머리카락 한올처럼 작은 균열에도 무너져 내리기 쉬운 연약한 것이며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가꿔야 하는 것이 아닐까. 처절한 복수극의 뒤에 남는 교훈이다.

한편  tvN 주말극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 1990년대 향수를 자극하며 시청자들에게 호평 받고 있다.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뒤바뀐 채 첫사랑을 다시 만난 두 남녀의 애틋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독보적 분위기의 감성 멜로 드라마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유지태(한재현)와 이보영(윤지수), 두 사람의 과거이자 두근거리는 청춘들의 사랑을 그려내는 박진영(과거 재현)과 전소니(과거 지수)의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두드리고 있다.

분명 불륜인데, 애틋함과 저릿하게 하는건 90년대의 향수덕분이다. 두 남녀의 청춘과 첫사랑을 그려낸 과거의 배경으로 1990년대의 생활상이 그대로 재현됐다.

특히 극 중간 중간 삽입된 1990년대 대중가요는 감성을 극대화한다. 동아리방에 기타 선율과 함께 울려 퍼진 들국화의 '축복합니다'와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듀스의 '나를 돌아봐' 등, 마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가 과거 재현과 지수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의 감정을 보다 잘 전달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향수까지 자극한다.

당시의 대학가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길거리 배경도 한몫한다. 손정현 감독은 신촌 거리의 랜드마크였던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 '오늘의 책', 당대 음악과 문화의 중심지였던 '향 레코드 음악사'와 같은 장소를 정교하게 재현하려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빛바랜 사진처럼 연출한 장면들은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듯하다. 두 사람이 영화를 복사한 비디오테이프를 함께 감상하는가 하면 PC통신 채팅과 삐삐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입을 맞추는 등 현재와는 다른 아날로그 감성의 소품들이 당대의 낭만을 보여주며 몰입을 높이고 있다.

소위 X세대에 의해 주도된 1990년대 학생운동 역시 극의 배경으로 녹아들어 시대적 상황도 반영한다. 극중 한재현은 열렬한 운동권 학생으로, 데모 현장에서 윤지수를 구해내며 인연이 시작됐다.

화염병이 날아드는 시위와 무장 경찰의 진압, 혼란과 고성이 가득한 대학가가 실감나게 그려지며 1980년대 못지않게 뜨거웠던 1990년대 초중반 학생운동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학교 건물 내에 붙은 대자보의 내용이나, 지명 수배로 쫓기는 신세가 된 과거 한재현의 모습에서도 당대의 어지러웠던 사회상이 드러난다.

지난 방송에서는 한재현(유지태)과 윤지수(이보영)가 운명적인 재회 이후 서로에 대한 이끌림을 느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또한 마음을 확인한 뒤 연인으로 발전했으나 뜻밖의 사건으로 이별의 위기를 맞은 과거 재현(박진영)과 지수(전소니)의 이야기도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은 16일 밤 9시 7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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