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극심한 분열과 대립에 빠져..지금 물러 나는 것이 대통령에게 도움"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후보직에 지명된지 14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시점에서 내가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나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나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시다"며 "나는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것에 대해 마음속 깊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도와주신 총리실 동료 여러분들, 그리고 밖에서 열성적으로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또 밤을 새며 취재를 하신 기자 여러분을 보면서 내 젊은 시절을 다시 한 번 더듬어보는 기회도 갖게됐다"며 "내 40년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린 일이 없었는가도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박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겠다는 말씀에 공감했다. 또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가겠다는 말에 조그만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속으로 빠져들어갔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또 "이런 상황이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어코자 하는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그는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와 법치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지탱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된다.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 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만해도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며 "그 청문회법은 국회의원들이 직접 만드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내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비판했다.

언론에 대해서는 "발언에서 몇 구절 떼서 그 것만 보도하면 그건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라며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역설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신앙 문제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문 후보자는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다"라며 "내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내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되는가"라고 호소했다.

그는 "내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다"며 "나는 그렇게 신앙고백을 하면 안되고 김대중 대통령은 괜찮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문 후보자는 마지막으로 지난주 국가보훈처에 조부의 독립유공자 확인을 요청한 것에 대해 "나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기에 검증 과정에서 내 가족 이야기를 해드렸다"며 "검증팀이 우리집 자료를 갖고 보훈처에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이런 정치싸움 때문에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고 다른 독립유공자 자손들에게 누가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며 "보훈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는 약 13분간 준비한 발표문을 읽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청와대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브리핑실을 떠났다.

朴대통령 "문창극, 청문회 못가 안타깝게 생각"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대해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문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 이후 이같이 밝혔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서 국민들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줘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역사인식 논란을 불러 일으킨 과거 발언을 인사청문회에서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함에도 야당의 반대로 문 후보자가 결국 낙마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앞으로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신상털이식' 인사청문 관행은 없어야 한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도 여겨진다.

그러나 이는 문 후보자의 낙마 책임을 국회에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인 만큼 야권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한편 민 대변인은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 의사를 청와대에 미리 알렸는지에 대해 "오늘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은 기자회견 이전에 통보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과 관련해서는 "지금 상황에서 제가 확인해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곧 해야할 것"이라며 "오늘 안으로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퇴 기자회견문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것에 대해 마음 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를 도와주신 총리실 동료 여러분들 그리고 밖에서 열성적으로 지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밤을 새우며 취재를 하시는 기자 여러분을 보면서 저의 젊은 시절을 다시 한 번 더듬어보는 기회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40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히 몇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또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저도 조그만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한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민주주의,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자유 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그리고 천부적인 권리는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두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됩니다. 이 여론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습니다.

법을 만들고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곳은 국회입니다.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는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입니다. 진실 보도입니다. 다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 보도가 아니라 진실 보도입니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습니다.

신앙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립니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입니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 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 됩니까?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그의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히셨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고 젊은 시절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앙 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것입니까?

마지막 드릴 말씀은 제가 총리 지명을 받은 후 벌어진 사태로 인해 우리 가족은 역설적으로 뜻하지 않은 큰 기쁨을 갖게 됐습니다.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시는 데에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의 가족은 문남규, 남녘남자, 별 규 자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만세를 부르시다가 돌아가셨다는 가족사를 아버님 문규석, 터기 자, 주석석자, 아버님으로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사실 우리 당시 민족 가운데 만세를 부르지 않은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돌아가셨다 했기 때문에 저도 그런 당당한 조상을 모시는 분이구나, 모신 사람이구나 저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습니다.

저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기에 검증 과정에서 제 가족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검증팀이 저의 집 자료를 가지고 보훈처에 알아보았습니다. 뜻밖의 저의 할아버님이 1921년 평북 삭주에서 항일투쟁 중에 순국하신 것이 밝혀져 건국훈장 애국장이 2010년에 추서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자녀들도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검색창에 문남규라고 삭주 이렇게 한번 쳐보십시오. 저의 원적은 평북 삭주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실려 있는 1921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독립신문을 찾아보십시오. 이것은 언론재단에 원본이 다 보관되어 있습니다.

저의 가족은 이 사실을 밖으로는 공개치 않고 조용히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이미 제가 어제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정치 싸움 때문에 나라에 목숨 바치신 할아버지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혹시 다른 독립유공자 자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의 손자로서 보훈처가 이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 절차에 따라 다른 분의 경우와 똑같이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십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사퇴합니다.

감사합니다.

총리 후보 지명서 사퇴까지 14일간 일지

다음은 문 후보자의 지명부터 사퇴 발표까지 주요 일지.

▲6월10일 =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

▲11일 = 문 후보자, 오전 후보자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첫 출근. 책임총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책임총리제 그런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변. 그가 "일본의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사실이 같은 날 드러남. 중앙일보 주필 시절 쓴 칼럼 내용도 비판의 도마에 오름.

▲12일 = 문 후보자, “일본의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자신의 강연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힘. 법적 대응 표명과 관련 "사실을 왜곡했기 때문"이라고 설명.

▲16일 = 문 후보자, 자신에 대한 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에 "그건 야당에 물어보시는 게 좋겠다"고 말함. 그가 1970년대 해군 장교로 근무하면서 복무 기간의 절반 가량을 무보직 상태로 대학원에 다녔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됨. 야당은 문 후보자가 물러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압박.

▲17일 = 문 후보자, 야당을 중심으로 거세지는 '자진 사퇴설'에 대해 "사퇴할 생각이 현재까지 없다"고 밝힘.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퇴근하면서 "청문회에 가서 국민과 국회의원들께 당당하게 내 의견을 말씀드려서 이해를 구하려고 한다"고 말함.

▲19일 = 문 후보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자진 사퇴설'에 대해 "나는 전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강조. 그는 이날 오전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출근해 '여권에서도 사퇴 압박이 거센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함.

▲20일 = 문 후보자, 일본의 '고노담화' 검증에 대해 "일본은 사과할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사과를 해야 양국간 신뢰가 쌓이는 것"이라고 강조. 같은 날 "언론에 보도된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냄.

▲24일 = 문 후보자, 후보직에 지명된지 14일 만에 전격 사퇴. 그는 "지금 시점에서 내가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오늘 총리 후보를 자진 사퇴한다"고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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