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지난해 5월15일 오후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기획의 힘, 상상력의 힘’이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

2018년 6월 자신의 SNS에 이같은 글을 올리고 떠났던 탁현민 전 선임행정관이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해 청와대로 다시 입성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탁현민 전 선임행정관의 청와대로 복귀를 두고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한번 사직한 인사를 청와대 참모로 재기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뿐더러, 과거 여성 비하 논란도 있어 그를 재임용하는 것이 일부 부담이 일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탁 자문위원을 기용키로 한 것은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이해하고 있을뿐더러, 스토리가 담긴 행사 기획을 통해 국정 홍보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특히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며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측면에서 측근을 배치해 업무 효율성을 강화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탁 자문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 측과 인연을 맺으며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2016년엔 문 대통령과 함께 네팔 트래킹에 다녀왔다.

정권이 출범한 2017년 5월부터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며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를 이끌어 왔다. 2018년 4월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과 남북 정상회담 환영 공연 기획 등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탁 당시 행정관은 여러 차례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그는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경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의전비서관 승진을 원해 사의를 표명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었다.

그러나 줄곧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그의 사표를 반려했고,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남아 달라고 요청하며 눈길을 끌었다. 2018년 7월 임 실장이 사표를 반려하며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고 했다"고 말한 것도 정치권에선 회자됐다.

2019년 1월 청와대를 떠난 뒤에는 자문위원으로 일하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 5·18 기념식 등 굵직한 대통령 주요 외부 행사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다만 이번 인사 발탁으로 일부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어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탁 자문위원은 정권 출범 초반 여성 비하 표현과 왜곡된 여성관으로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07년 저서 '남자마음설명서' 속 일부 표현이 여성 비하 파문을 일으키자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면서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2007년 발간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는 왜곡된 여성관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여성 이슈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게 대응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탁 자문위원을 기용한 것은 행사 기획력 측면에서 높이 평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탁월한 연출력으로 문 대통령의 '감성정치'를 돋보이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코드와 탁 자문위원의 기획력이 잘 맞아 임기 초반에 호평을 받았었다"며 "그런 능력을 높이 산 측면"이라고 봤다. 

아울러 의전비서관 후임으로 마땅한 인물을 찾는데도 일부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상훈 현 의전비서관은 외교부로 복귀해 가을 인사 때 재외공관장 파견을 앞두고 있다.

한편 보수 야권에서는 탁 자문위원에 대한 인사 예정 소식이 알려진 후 "선거를 이겼다고, 수차례 여성 비하 발언을 했던 탁현민 전 행정관을 꽃가루 뿌려주며 단순 복귀도 아닌 영전을 시켰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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