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캡쳐
[정재원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개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길을 흔들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해 펼쳐온 친중 프레임 공세가 역풍 위기에 놓였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은 17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을 사전 입수해 보도했다.

저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심장마비가 온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대화를 끌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을 무시했다고 전한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폼페이오가 중동에서 한 전화 통화를 들었는데 심장마비가 온다는 농담으로 경멸을 표현했다"며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었다고 조롱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대화 내용 등이 담겼는데, 올해 들어 미 행정부가 펼쳐온 '중국 때리기' 행보와 비교할 때 사뭇 충격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 대화가 대표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재선을 거론하며 도와달라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피력했다고 서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부들의 지지와 중국의 대두·밀 수입이 선거 결과에 매우 중요하다'는 취지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무역협상 대표 성과로 자랑해왔다.

타국 정상에게 '재선 지원'을 거론했다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맞먹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 절차 개시를 선언하며 '공화국 수호', '우리 선거의 온전함에 대한 배신'을 언급했었는데, 시 주석을 향한 재선 지원 요청 역시 선거의 온전성을 훼손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들어 힘을 쏟아온 '중국 때리기'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 트럼프 바라보는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량 확산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자국 내 반중 여론을 자신에 대한 지지세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 들어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난해왔다.

아울러 정적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반감을 일으키기 위해 친중국 프레임 공세도 펼쳐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중국에 약했던 이', '중국에 모든 것을 줬다'라고 비난해온 것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오늘날 미국 최악의 적이 어느 국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 응답자 36%가 중국을 꼽았다. 이런 미국 내 반중 정서를 여론전에 적극 활용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회고록 내용에는 오히려 "시진핑 주석의 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예스'라고 할까 두려웠다"라는 볼턴 전 보좌관의 미중 정상회담 당시 서술이 담겨 있다.

아울러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6년 더 협력하고 싶다'라고 말했다거나,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1회로 제한된 미 대통령 중임 제한 폐지를 거론했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서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면, '중국 때리기'에 몰두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친중'의 정도를 넘은 대중 외교를 펼쳐온 셈이 된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바이든은 중국에 부드럽고, 나는 중국에 터프하다'라고 주장하기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과시해온 대북 외교에 관해서도 혹평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 정상회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라고 조롱하는 쪽지를 썼다거나, 대북정책 성공 가능성을 '제로'라고 혹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응대를 "자신이 좋아하는 독재자에게 사실상 호의를 베푸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은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와 조지 플로이드 시위에 이어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적지 않은 악재로 여겨졌다. 트럼프 대통령 진영도 이를 의식한 듯 회고록 출간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그러나 소송 제기 직후 주요 언론을 통해 회고록 내용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길은 또다시 험로를 마주한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주요 여론조사에서 연일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는 결과를 받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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