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볼튼
[정재원 기자] 지난해 4월 29일  미 뉴요커 매거진은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핵을 선제 공격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나, 전쟁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요커는 볼턴 보좌관이 안보보좌관이 되기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곧 미국을 핵공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늦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점을 지적했다. 볼턴은 북한의 위협이 "임박했다"면서 "북한의 핵무기 위협으로 제기된 현재의 '필요성'에 미국이 선제공격으로 대응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미국이 아무리 위협하거나 설득해도 북한이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협상은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일이므로 그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정부 당국자가 뉴요커에 전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에서 김위원장은 영변핵단지 폐기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제안을 했고 이는 "말도 안되는 제안"이었다고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 

볼턴 보좌관에게 하노이 회담 결렬은 북한을 협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20년 동안의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백악관에 근무하기 때문에 즉각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은 펼 수 없게 됐다고 뉴요커는 분석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볼턴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볼턴이 자기 일자리를 지키려면 자존심을 꺽고 트럼프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볼턴은 안보보좌관이 되기 직전에 "핵을 가진 북한과 살든지 아니면 군사력을 동원하든지 둘 중 하나를 조만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협상 중단을 주장하는 발언을 했었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또 올해 1월 26일 뉴욕타임스(NYT)는 볼튼 전 보좌관이 쓴 책의 원고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조 바이든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동의할 때까지 군사지원금 지급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공화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금 집행 유보는 민주당의 유력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및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연루된 우크라이나 의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변호인단은 최근 공개한 변론서에서 역대 미국 정부들이 해외 지원금 집행을 연기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일본을 방문 중인 존 볼턴 미 안보보좌관이 24일 기자들에게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9.05.24.
존 볼튼은 누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으로 지명했던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 대사는 그야말로 대북 초강경파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백악관을 자주 드나들면서 북핵문제와 관련한 강경한 입장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 대표적 네오콘 …이라크전 옹호

볼튼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대표적인 네오콘으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 2005~2006년 유엔주재 미 대사로 활동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 국가안보보좌관을 맥매스터에서 존 볼튼으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볼튼은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외교분야 고위관리 상당수가 볼튼 전 대사 임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딕 체니,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과 충돌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 보좌관, 스티븐 하들리 전 국가안보 보좌관이 포함됐다.       

볼튼은 국제질서 확보를  위해서는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때로는 군사개입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볼튼은 이라크전을 적극적으로 옹호했으며 북한에 대해 선제 타격 필요성을 역설했다.

볼튼은 북한에 관해서는 외교적 해결 노력이 오히려 북핵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그는 외교 노력을 기울이는 사이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개발해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할 뿐이라고 했다.

  ◇ 끊임없는 북핵 강경 발언들…"지나치게 공격적"

그는 북핵 위기가 고조되자 "누구도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길 원하지 않지만,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걱정이 대북 공격에 대한 우려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가 곧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옵션이 거의 소진됐다며 군사 행동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추가 대북 제재를 할 경우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관해서는 "잊어 버려라. 그게 효과를 보고 말고 할 시간이 없다"고 일축했다.

볼튼은 또 지난 2월23일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 컨퍼런스(CPAC)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무기를 개발한 뒤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로 미국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일단 갖추게 되면 북한이 한국 내 주한 미군을 모두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이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볼튼의 외교정책에 대한 직설적인 발언은 추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는 볼튼 전 대사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지난해 "볼튼은 미국이 지난 15년 동안 해왔던 외교 정책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볼티모어에서 소방관으로 재직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볼튼 전 대사는 소년시절부터 보수주의에 매료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15세 때는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베리 골드위터 선거 캠프에서 일하기 위해 수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예일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캠퍼스에서 베트남전에 반대하던 활동가들이 "외계인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 클리턴 부부와 동문…이라크전 관련 거짓말도

볼튼은 재학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및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같이 학교를 다녔지만 별다른 친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파괴무기를 소유하고 있다며 이라크전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이라크전은 큰 실수였다며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지도자 사담 후세인이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볼튼은 유엔 주재 미국 대사직을 사임한 이후 수년간 보수 성향 미국기업연구소(AEI)에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2016년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체결된 이란 핵협정에 대해 '외교적 패배'라며 의미를 깎아냈다. 

다음은 미국소재 한인회 단체 카톡에서 인용한 글로 '존 볼턴 회고록 570장 요약해서 10가지 핵심 주제로만 정리'라는 제하의 글이다.

▲ 존 볼튼
'존 볼턴 회고록 570장 요약해서 10가지 핵심 주제로만 정리

1. 트럼프는 재선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원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작년 일본 G20 회담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만남에 대해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대통령은 놀랍게도 대화의 주제를 2020년 미국 대선에 대한 내용으로 전환했다. 트럼프는 넌지시 중국의 경제력을 언급하며, 시진핑이 자신의 재선에 일조할 수 있다고 부탁했다고, 볼턴은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 농부들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대두(大豆)와 밀의 구매를 늘려주면 선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은 미국 중서부 주들에서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큰 역할을 했었다.

2. 정치범 수용소의 건립은 ‘필요한 일’이다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처우는, 약 1백만 명이 신장 지역에 구금되어 있다는 추측을 낳으며, 국제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수요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량 투옥 사태를 불러일으킨 중국의 관리들을 대상으로 제재조치를 승인했다. 그러자 중국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볼턴의 회고록은, 시진핑이 정치범 수용소를 옹호하자 트럼프가 이에 맞장구를 쳤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 통역사에 의하면, 트럼프는 시진핑이 수용소를 건립하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므로 수용소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3. 독재자들에게 개인적인 호의를 베풀었던 트럼프

볼턴이 보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욕망에 맞장구를 쳐주는 권위적인 지도자는 중국의 통치자뿐만이 아니다.

존 볼턴은, 트럼프가 ‘자신이 좋아하는 독재자들에게 사실상 개인적인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기꺼이 범죄 조사에 개입했다고 쓰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미국이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터키의 한 기업을 조사할 때 터키의 레젭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일들을 봐주는데’ 동의했으며, 일을 맡았던 담당 검찰들은 ‘오바마의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 탄핵심판 당시 미국 민주당은 더 세게 나갔어야...

회고록에서, 볼턴은 민주당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해서 정적인 조 바이든에 대한 조사를 밀어붙이도록 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보류하고자 했다는, 탄핵심판의 빌미가 됐던 혐의를 말한다. 이러한 의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받았었다.

하지만 볼턴은 회고록을 통해 민주당이 우크라이나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탄핵심판에서 과오’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일 민주당이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면 더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에 필요한 ‘중범죄와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urs)’을 저질렀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은 자신이 제기하는 새로운 혐의들이 탄핵에 해당하는 범죄들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그는 작년 말 하원에서 탄핵 심사가 진행 중일 때는 증언을 거부했었다. 또, 상원에서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차단됐었다.

5. 트럼프는 재선 이상의 임기를 원했다

회고록에는 트럼프와 시진핑과의 대화가 더 등장한다. 볼턴은, 트럼프가 중국의 지도자에게 미국인들이 헌법을 바꿔서라도 자신이 연임 이상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트럼프와 6년을 더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연임으로 제한되어있는 대통령 임기는 트럼프를 위해서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대답했다.”

볼턴은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회고록 초록(抄錄)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시진핑은 (대화의 상대방이었던 트럼프가) 또 다른 상대로 바뀌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그 말에 동의하듯이 끄덕거렸다.”

6. 트럼프는 UK(United Kingdom, 영국)가 핵보유국임을 알지 못했다

UK는 미국과 소련에 이어 1952년 세 번째로 핵실험을 진행한 나라였다. 하지만 UK가 소규모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새로운 소식처럼 들렸던 모양이었다.

이번 회고록의 초록에는 트럼프가 2018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는 장면이 묘사되어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오, UK가 핵보유국인가요?’라고 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서 존 볼턴은 트럼프의 이러한 반응은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고 적고 있다.

7. ‘핀란드가 러시아 위성국가인가요?’

존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식은 사실과 많은 괴리가 있다고 말한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핀란드가 러시아의 위성국가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볼턴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정보 브리핑은 ‘끔찍할 정도로 쓸모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브리핑 중에 트럼프가 브리핑을 하는 담당자보다 말을 더 많이 했으며, 그것도 현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고 한다.

8. 트럼프는 실제로 나토 탈퇴 직전까지 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군사동맹을 집요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다른 회원국들을 상대로 회비를 증액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나토 회원국이다. 하지만 볼턴은 트럼프가 2018년 나토 정상회담에서 탈퇴를 결심했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탈퇴할 겁니다. 그리고 회비를 내지 않는 국가들을 보호해주지 않을 겁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고, 볼턴은 주장한다.

9. 베네수엘라 침공은 좋은 일이다

미국 외교정책의 골칫거리 중의 하나는 베네수엘라 문제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는 앙숙 관계이다.

베네수엘라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일 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일 것’이며, 이 남미 국가가 ‘정말로 미국 영토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존 볼턴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19년 5월의 전화에서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2016년 미국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 비유하며 ‘소비에트 스타일의 선전’을 훌륭하게 해치웠다고 쓰고 있다. 푸틴의 이러한 비유에 대해 트럼프는 전반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당시 푸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목적은 자신의 동맹인 마두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볼턴은 적고 있다. 2018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좌파인 마두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제재를 부과했지만, 마두로는 여전히 건재하다.

10. 측근들도 트럼프를 조롱하다

존 볼턴의 회고록에는 백악관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웃는 장면이 몇 군데 등장한다.

그는 기능에 장애가 생긴 백악관을 묘사하면서 백악관 회의가 정책을 결정짓는 장소가 아니라 ‘음식물을 서로 던지는 난장판(food fights)’ 같았다는 표현을 썼다.

그가 백악관에 도착하자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존 켈리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고 한다.

“여기는 일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에요. 곧 깨닫게 될 겁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충성파로 간주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조차도 대통령을 가리켜 ‘거짓말쟁이(full of shit)’라고 지칭한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