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 '뉴스룸' 출연 당시 방송화면 캡처.
[신소희 기자]  "2년 전과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가 용기를 내 언론에 다시 섰다. 김씨는 24일 공개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바라보며 자신의 경험이 다시 떠올라 괴로웠다"며 박원순 사건 피해자를 향해 “긴 말보다 손을 잡아드리고 싶다. 당신 곁에 서겠다”고 했다.

이어 “아직 회복하는 과정 속에 있다”는 김지은씨는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여전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고통스러웠다”면서 “미투가 일어나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모두가 말하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조직 내 범죄사각지대에 피해자가 방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의 범죄 행위부터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악플까지 일련의 상황이 (나의 상황과) 비슷했다. 가해자의 범죄 패턴이 유사한 것만으로도 괴로웠는데, 2차 가해까지 같은 유형이었다”며 “피해자는 부당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뿐인데, 가해자가 지닌 위력만큼이나 피해자가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의 크기는 여전히 커 보인다”고 했다.

김지은씨는 자신이 미투를 제기했을 당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선 긋기에 바빴다. 권력형 성범죄 사건의 본질이나 해결에 집중하지도 않았다. 위력을 만든 조직 구조의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았고,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했다”며 “2년 전과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듣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며 “이제는 말라비틀어져서 더 흘러나올 눈물도 없을 것 같았는데 하루 종일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며칠을 몸살에 시달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떤 죽음이 애도되어야 한다면, 어떤 생존도 존중되어야 한다”며 “사건의 실체 규명은 필요하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피해자를 향한 일부 대중의 가혹한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의 공정한 수사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은씨가 미투를 외친 건 “살기 위해서”였다. 한때 죽음까지도 생각했으나 ‘진실’을 묻을 수 없어 마음을 다잡았다는 그는 “내가 지키고 싶은 나의 전부인 ‘노동자 김지은’으로서의 삶을 걸고 미투를 해야만 했다. 살기 위해 저는 또 다른 의미의 죽음을 선택해야 한 거다. 그 분야에서 쌓아온 저의 미래도 함께 버려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또 지난 4일 안 전 지사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했을 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호흡 곤란이 와서 병원을 찾기도 했다”고 전했다. “보호받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이어 “유죄 판결 뒤에도 변함없는 (안 전 지사의) 위세와 권력의 카르텔 앞에서 두려움과 무기력함을 새삼 다시 느꼈다”며 “여전히 나는 온라인에서 화형대 위에 사로잡힌 마녀였다. 불은 꺼지지 않고 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언제쯤 이 고통이 끝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에 대한) 민사소송과 2차 가해에 대한 고발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가 혼자만 고통받고 피해 당해야 하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나가고 싶다. 피해자의 온전한 일상 회복까지가 진정한 싸움의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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