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전 교수
[심일보 대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의 검찰개혁안을 비판하며 대학 동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국아, 이게 네가 말한 ‘검찰개혁’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진 전 교수는 29일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위의 안은 매우 해괴하다."며 “ (이 안은)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빼앗고, 총장 권한을 법무부와 대통령에게 갖다 바치는 것으로 결국 검찰개혁은 ‘조만대장경’이 됐다.”라고 결론 지었다.

이어 그는 “검찰개혁위 방식대로 해결하자면 대통령의 권한을 장관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라며 “그리고 대통령에게는 연설문 아홉 번 고쳐쓰는 일만 맡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검찰개혁위) 검찰개혁의 가장 큰 목표는 검찰의 정치화에 있다”며 “문제는 검찰의 정치화가 검찰만 뜯어고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의 정치화의 가장 큰 원인은, 검찰을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려는 권력의 욕망”이라고 주장했다.

또 진 전 교수는 “검찰이 아무리 욕심을 내도 권력이 거래를 거절한다면, 애초에 정치화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그런데 검찰을 정치적 도구화하려는 권력의 욕망에 대해선 그동안 아무 얘기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해당글 전문

조만대장경이 된 검찰개혁

​검찰개혁위의 안은 매우 해괴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지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권력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한국만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나라도 없지요.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겁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검찰개혁위 방식대로 해결하자면 대통령의 권한을 장관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에게는 연설문 아홉 번 고쳐쓰는 일만 맡기는 거구요.

​'검찰개혁'의 가장 큰 목표는 검찰의 정치화에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의 정치화가 검찰만 뜯어고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검찰의 정치화의 가장 큰 원인은, 검찰을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려는 권력의 욕망입니다. 검찰이 아무리 욕심을 내도 권력이 거래를 거절한다면, 애초에 정치화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검찰을 정치적 도구화하려는 권력의 욕망에 대해선 그동안 아무 얘기도 없었지요.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겁니다. 검찰개혁위 안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이 총장을 패싱하고 지검장들을 지휘하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지검장들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파리목숨이죠. 보세요. 권력비리 수사한 검사들 줄줄이 좌천됐죠? 그래도 총장은 못 자르잖아요. 임기가 보장되어 있기에 총장은 권력의 외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지검장들은 그 일을 못하죠.

​지검장들은 청문회도 안 거칩니다. 그러니 말 안 드는 이들 자르고, 그 자리에 이성윤처럼 실력 없이 말만 잘 듣는 어용들을 데려다 앉혀 놓겠지요. 한동훈처럼 실력 있는 검사들은 다 한직으로 밀려나고, 엉뚱하게 한검사장을 '정치검사'로 비방하는 사골 검사나 성추행 2차가해나 즐기는 변태검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을 요직에 앉히겠지요. 최근 검찰인사에 보이는 지역편중은 그 징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개혁된 검찰의 모습을 미리 보여준 것이 바로 현재의 서울중앙지검입니다. 거기서 수사는 총장을 빼놓고 장관의 명령에 따라 이성윤 지검장이 지휘하고 있지요.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결국 검찰이 장관의 정치적 주문에 따라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강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결국 수사심의위에 발목을 잡혔죠. 에초에 수사 자체가 권력에 빌붙은 이들의 '공작'에서 비롯됐으니 당연한 결과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겁니다. 정적을 잡으려고 그에게 허위와 날조로 가짜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어용언론을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흘림으로써 그 혐의를 기정사실화한 후, 그 조작된 여론에 근거해 법무부장관이 수사를 명하고, "수명자"인 지검장이 사안을 군대처럼 처리해 드리는 거죠. 자기들이 만든 수사심의위도 손보겠다고 하니, 앞으로는 수사와 기소에 제동을 걸 최소한의 장치마저 사라질 겁니다.

​다른 한편, 권력비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라임이니 옵티머스니 권력과 연루된 금융비리는 계속 터져나오는데 올초에 금융조사부를 해체했죠.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총선이 끝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후속수사에 관한 소식은 들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검찰인사를 거치면 아마 이 나라의 권력형 비리는 완벽히 사라질 겁니다. 적어도 우리 눈앞에서는 말이죠. 각하의 업적입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 검찰을 정의로운 기관으로 만드는 데에 있겠죠. 권력과 손잡고 산 권력에는 무딘 칼을, 죽은 권력에만 날카로운 칼을 대왔던 과거의 행태를 바로잡는 것이 개혁의 요체였습니다. (검찰 내에서 총장의 권한을 어떻게 분산하고, 조직에서 뭘 없애고 새로 뭘 만들지 등등은 부수적 과제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요란을 떨어가며 할 일도 아니구요.) 그런데 그 개혁의 요체가 통째로 실종됐죠?

​수사의 방식이 어어떻든 적어도 윤석열 검찰은 죽은 권력(적폐청산)과 산 권력(친문비리)에 똑같이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습니다. 내가 아는 한 검찰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권은 이른바 '개혁'을 한답시고 검찰을 다시 자신들의 개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서울중앙지검이 하는 짓 보세요. 권력의 청부수사, 법리를 무시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검언유착과 공작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잖아요. 

​전보다도 나빠졌어요. 김영삼 정권 때는 김현철이 구속됐습니다. 김대중 정권 때는 아들 셋이 들어갔죠. 이명박 정권 때는  형님이 구속됐습니다. 윤총장은 그 시절엔 수사가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증언했죠. 이처럼 과거에도 검찰은 산 권력에 칼을 대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진 겁니다. 그래도 과거엔 죄 지으면 군말없이 감옥에 갔죠. 요즘은 죄를 짓고도 투사의 행세를 해요. 써글 놈들.

​'검찰개혁'은 결국 조만대장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빼앗고, 총장 권한을 법무부와 대통령에게 갖다 바치는 것. 국아, 이게 네가 말한  '검찰개혁'이냐?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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