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시무 7조’를 쓴 ‘진인(塵人) 조은산’이 자신의 주장을 반박한 ‘시집 없는 시인’ 림태주의 글을 반박하면서 온라인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조은산은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백성 1조에 답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림태주를 향해 “너의 백성은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해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나는 5,000만의 백성은 곧 5,000만의 세상이라 했다”며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3,000만의 백성뿐이며, 3,000만의 세상이 2,000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고 꼬집었다.

조은산은 “너는 편전과 저잣거리에서 분분한다지만 정작 너는 지상파 채널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 전 대통령에게 분해 대사를 읊던 전 정권 시절 개그맨들은 어디서 분분하고 있는지 나는 궁금하다”고 썼다.

앞서 지난 28일 '어머니의 편지'로 알려진 시인 림태주씨는 ‘하교’의 형식으로 '시무 7조' 진인 조은산 상소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림씨는 "국사가 다망해 상소에 일일이 답하지 않는다만, 너의 ‘시무 7조’가 내 눈을 찌르고 들어와 일신이 편치 않았다. 한 사람이 만백성이고 온 우주라 내 너의 가상한 고언에 답하여 짧은 글을 내린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너의 문장은 화려하였으나 부실하였고, 충의를 흉내 내었으나 삿되었다(보기에 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나쁘다)"고 비판했다. 이어 "너는 헌법을 들먹였고 탕평을 들먹였고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 그것들을 논함에 내세운 너의 전거(말이나 문장의 근거)는 백성의 욕망이었고, 명분보다 실리였고, 감성보다 이성이었고, 4대강 치수의 가시성에 빗댄 재난지원금의 실효성이었다"며 "언뜻 그럴듯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너는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선왕들의 시대에 문벌귀족과 권문세가들이 왕권을 쥐락펴락 위세를 떨칠 때에는 일치된 하나의 의견이 있었을 뿐"이라며 "아직도 흑과 백만 있는 세상을 원하느냐"고 질타했다. "너는 명분에 치우쳐 실리를 얻지 못하는 외교를 무능하다고 비판하였다. 너는 이 나라가 지금도 사대의 예를 바치고 그들이 던져주는 떡과 고기를 취하는 게 실리라고 믿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은산은 “감히 아홉의 양과 길 잃은 양, 목동 따위의 시덥잖은 감성으로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말라”면서 단칸방에서 배달과 공사판 일을 하던 자신의 가난한 과거를 돌이켰다. 그는 “나는 정직한 부모님의 신념 아래 스스로 벌어먹었다. 그러나 가진 자를 탓하며 ‘더 내놓으라’ 아우성치지 않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 비켜라, 강건한 양에게 목동 따위는 필요없다”고 했다.

조은산은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부탁한다. 시인 림태주의 글과 나 같은 못 배운 자의 글은 비교할 것이 안 된다.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글을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림태주을 향해서는 “건네는 말을 이어받으면서 경어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한참 연배가 낮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시집 없는 시인’으로 유명한 림태주는 1994년 계간 ‘한국문학’으로 등단했으나 시집은 내지 않았다. 시보다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로 더 유명해졌다. 그가 2014년 출간한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림태주 시인의 글에서는 밥 짓는 냄새, 된장 끓이는 냄새 그리고 꽃내음을 맡을 수 있다”는 추천사를 써 인연이 됐다.

 다음은 조은산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 전문

너의 글을 읽고 너를 찾았다

지난 날 네가 남긴 글을 보니
나에게 던져진 독설은 독설이 아님에 고마웠다

​나는 너의 글을 읽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치와
논리를 배제하고 네 글에 담긴 유려함을 먼저 보았다

​문단과 문장의 절묘한 배분을 보았고
일곱의 문단을 나눈 고작 여섯의 공백을 보았다
읽고자 하는 이의 노고를 무시하는 듯한 너의
기백에 한 발 물러섰으나 장강의 수세와 같은
단절없는 흐름에 나는 압도되어 빨려 들어갔다

​백색의 바탕에 물 들이듯 언어를 채워
너의 이치와 논리를 자박자박 즈려밟음에
접속사는 부러지는 소리 하나 없고
형용사는 그 자리에 오롯이 깊어
나는 설산에 이어진 너의 뒷모습을 길게 그렸다

너는 무엇을 먹고 자랐는가
너는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왔는가
너의 글을 보니 묻고자 함이 절실하다

추레한 나의 속곳에 흉적을 남겨
부끄러운 것이 너의 탓임을 알라

너의 글 앞에 무너진 나는 너를 미치도록 닮고 싶으나
어찌 거울을 들어 남의 얼굴을 비출 수 있으랴!
너를 닮지 못함이 분통해 거울을 깨트리듯
내 너의 글을 깨트릴 것이니 노여워 말고 새겨 들어라

너는 나의 글이 부실하고 삿되었으며 감히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 말했다
호도하며 혹세무민하고 졸렬하여 억지스럽고
작위에 휩쓸려 사실과 의견을 구분 못하였다 말했다

​도처에 도사린 너의 말들이 애틋한데
그럼에도 너의 글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안에 것은 흉하다

​塵人 조은산이 묻는다

너의 백성 1조는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
뺏는 쪽이더냐 빼앗기는 쪽이더냐
임대인이더냐 아니면 임차인이더냐
다주택이더냐 아니면 일주택이더냐

​네 스스로 너의 백성은 집 없는 자들이고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
세입자들이고 집이 투기 물건이 아니라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라 했다

그렇다면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하여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

나는 오천만의 백성은 곧 오천만의 세상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삼천만의 백성 뿐이며 삼천만의 세상이 이천만의 세상을 짓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

나는 가진 자의 세금을 논하지 않았다
나는 가진 자의 세율을 논하였고
민심의 척도라 정의했다

​나는 백성의 하나됨을 내세웠고
경상의 멸치와 전라의 다시마를 들어
한 그릇 가락국수로 내 소망을 대신 전했다

또한 너는
편전에서 분분하고 저잣거리에서 분분한다지만
정작 너는 지상파 채널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
전 대통령으로 분해 대사를 읊는 전 정권의
개그맨들은 어디서 분분하고 있는지 나는 궁금하다

​나의 천한 글이 벽서가 되어 이리 붙고 저리 붙어
사방팔방에 퍼짐이 네가 말한 활짝 핀 헌법의 산물이더냐

나는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뿜는 심정으로 상소를 썼다
정당성을 떠나 누군가의 자식이오 누군가의 부모인
그들을 개와 돼지와 붕어에 빗대어 지탄했고 나는
스스로 업보를 쌓아 주저 앉았다 너는 내가 무엇을
걸고 상소를 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감히 아홉의 양과 길 잃은 양, 목동 따위의
시덥잖은 감성으로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말라

네가 아무리 날고 기는 시인이라 한 들
초야에 묻힌 목소리가 더 한이 깊은 법,
나의 감성이 드러나면 너는 물러설 것이다

​나는 다섯에서 스물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난방이 되는 집에서 살아 본 적이 없으며
단칸방에서 온 가족이 몸을 맞대었고
중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배달일을 시작해
공사판을 전전하여 살아남았다

​나는 정직한 부모님의 신념 아래 스스로
벌어먹었으며 가진 자를 탓하며 더 내놓으라
아우성치지 않았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
그것이 네가 말하는 조은산의 진실이고 삶이었다

시인 림태주여!
마지막으로 너에게 꼭 듣고 싶은 것이 있다
작심하여 물으니 엄중히 답하라

겨울, 창고를 뜯어고쳐 만든 단칸방에서
언 발을 동동 구르며 형제를 부둥켜 안았던
가난한 소년에게 목동은 왜 오지 않았는가

너는 나의 가난을 아는가
목동은 나에게 따스한 구들장을 내어주었는가

어두운 차로를 급히 내달리던
어느 소년의 위태로운 밤에 목동은 어디 있었는가
너라도 하나의 별이 되어 그의 앞길을 비춰주었는가

공사장의 매연에 질식해 검은 가래를 토하던
먼지같은 청년의 하루를 목동은 함께 하였는가
너라도 너의 푼돈을 나누어 공수를 채워주지 않고
어디서 무얼 하였는가

나는 너를 끝까지 찾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대의이고,
나의 실리이고,
나의 이성이다 라고 너는 말하였는 바,

너의 대의와 실리와 이성은
소년의 추위보다 못한 것이고
청년의 가난보다 못한 것인가

나는 나의 순수했던 가난이 자랑스러워
힘껏 소리 높여 고한다
비켜라 강건한 양에게 목동 따위는 필요없다

시인 림태주여

이 곳 저 곳 너의 글이 올랐다
나 역시 그렇듯 너의 글에 관한 악평에 상처받지 말라

너 또한 네 편에 선 내 글을 보았다면
명문이오 달필이라 평했을 것이고
너의 글은 내 편이 아니니
다만 천문이자 졸필로 폄하될 것이다

정치가 무어냐는 너의 물음에 마지막으로 답한다
지금의 정치가 바로 그런 것이다

이천이십년 팔월

인천 자택의 어두운 골방에 처박혀
塵人 조은산이 답하였다

-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시인 림태주 님의 글은 저와 같은 못배운 자의 것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글에 대한 혹평은 저 또한 그렇듯 큰 상처입니다
정치를 놓고 글을 들어 평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인 림태주 선생님

펜과 펜이 부딪혀 잉크가 낭자한 싸움에
잠시 인과 예를 잊었습니다 또한
건네는 말을 이어받음에 경어를 쓰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참 연배가 낮습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용서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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