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성 시인
[신소희 기자] 성폭력 의혹을 받았다가 무혐의 판정을 받은 박진성(42) 시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뒤 잠적했다. 박진성(42)씨는 15일 오후 서울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인은 전날(14일) 오후 10시45분께 페이스북에 "저는, 제가 점 찍어 둔 방식으로 아무에게도 해가 끼치지 않게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이 박씨 연고지인 대전경찰청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박 시인은 2016년 여성 습작생 성폭력 의혹을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이 과정에서 숱한 비난을 받았고 지인들에게 고통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인은 언론에 정정보도 신청과 소송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2016년 그 사건 이후, 다시 10월이다. 그날 이후 저는 '성폭력 의혹'이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것 같다"며 "매년 10월만 되면 정수리부터 장기를 관통해서 발바닥까지 온갖 통증이 저의 신체를 핥는 느낌이다. 정말 지겹고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돈을 들여 아무도 읽지 않는 시집을 출판도 해 봤다. 죽고 싶을 때마다 꾹꾹, 시도 눌러 써 봤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 살려고 발버둥 칠수록 수렁은 더 깊더라"고 했다.

그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생각난다. 평생을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철학자는 암 선고를 받고서야 비로소 그 충동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지금 제 심정이 그렇다"며 "제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시집 복간, 문단으로의 복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살부빔,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지 성폭력 의혹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태가 저에게서 끝났으면 좋겠다. 다만 어떤 의혹과 의심과 불신만으로 한 사람이 20년 가까이 했던 일을 못하게 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 박진성 시인 페이스북 글
박 시인은 왜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담았다.

그는 "다음 세상에서는 저의 시집 '식물의 밤'이 부당하게 감옥에 갇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음 세상에서는 저의 시집 계약이 부당하게, '단지 의혹만으로' 파기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15일 경찰 관계자는 “어제(14일) 오후 박씨가 부모 집을 나간 뒤 현재까지 정확한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부모는 박씨가 아무 말이 없이 나가 그냥 외출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세종경찰청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오전에는 박씨 휴대전화 위치가 경기도 안성(고속도로)으로 확인되자 경기경찰청도 공조에 나섰다. 이후 오전 9시쯤 박씨가 서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울경찰도 소재 파악에 투입됐다.

박씨는 2017년과 2018년에도 신변을 비관하는 듯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남기고 사라져 경찰이 추적에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박씨는 병원 등에서 무사히 있는 게 확인됐다. 그는 2016년 10월에는 미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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