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장관
[심일보 대기자] 자충수(自充手)란 바둑에서 자기의 수를 줄이는 돌이란 뜻으로 상대방에게 유리한 수를 일컫는다. 일상에서는 스스로 한 행동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자업자득(自業自得)'과 같은 말이다. 
 
첫 번째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둔 자충수는 정진웅 기소 적정성 조사를 직접 지시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기소 과정의 적정성을 따져 보라고 대검찰청 감찰부에 지시했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거나, 검찰의 특정 수사에 대해 “날치기 기소”라며 날을 세운 적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일선의 사건 소추(기소)를 직접 점검하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소추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청법상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돼 있는데, 사실상 정 차장검사의 기소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닌 대검 감찰부에 지시한 셈이어서다.
 
검사징계법상 검사징계위원회의 징계심의는 검찰총장 청구에 의해 시작하고,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에게 해당 검사 직무집행 정지를 명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또 법무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엔 징계혐의자에게 직무집행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두 번째는 추 장관은 이날 법무부를 통해 한동훈 검사장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추 장관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차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해당 법률 제정에 강한 의지를 내비추기도 했다.
 
추 장관의 이같은 주장은 인권 침해 여지가 높다. 향후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강한 반발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정의당은 장혜영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기존 형사법에서 보장하는 자백 강요 금지, 진술거부권, 자기방어권, 무죄 추정 원칙을 뒤흔드는 처사”라며 “누구보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앞장서서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국민의 자유권과 존엄을 훼손하는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해제 법률' 제정 검토를 지시한 것에 "차라리 고문을 합법화하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여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글을 통해 "내가 우려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 변질"이라며 "리버럴(Liberal·자유주의)을 표방하는 정권에서 하는 짓마다 반(反)자유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이상한 현상,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황당한 것은 그 시점에서 유시민 씨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라며 "자유론 핵심이 바로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다수 폭력으로부터 개인 자유를 보호하는 것에 있는데 지금 문재인 정권에서 일련의 해괴한 입법들로 줄줄이 파괴하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둑에선 '자충수'를 한 번 둘 경우 판을 접는 게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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