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글을 쓴다는 게 예전 같지 않다. 눈이 침침해서가 아니라 글에 대해 자신이 없어서다. 어쨌건 '시론'이라 칭했으니 빙빙돌려 말하면 사족이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지 싶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취임사에서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국민들께 약속했다”며 “과거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오늘 머니투데이는 '최저 지지율' 찍은 날, 침묵깬 文대통령…秋·尹사태 첫 사과'란 제목을 달았고 조선일보는 '[김광일의 입] ‘윤석열 징계위’ 때문에 외통수에 걸린 대통령'이란 칼럼을 통해 이날 발언에 대해 해석했다.
 
문제는 그것이 사과든 외통수에 걸린 발언이든 그것은 그리 중요치 않다. 어떤 생각으로 이같은 말을 꺼냈냐다. 
 
나이 60세를 이순(耳順)이라 한다.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되는 나이란 뜻이다. 내 나이 64세이고 보면 이해하고도 남을 나이쯤 됐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일까?
 
문 대통령은 1953년 1월 생, 우리 나이로 68세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 나이쯤 되면 원만한 생각을 넘어 생각이 고정화된다. 어지간해서 생각이 바뀌지 않는 나이란 얘기다.
 
이날 발언 전문을 곰곰히 읽어보면 결론은 내가 퀴즈를 내니 알아서 맞춰라'가 아닌가 싶다. 전날 노컷뉴스는 "문 대통령은 짧은 사과 뒤 '권력기관 개혁'을 내세우며 국회에 모든 공을 넘겼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거취 결정 등 문 대통령이 취할 향후 노선에 대해서는 특유의 '모호한 화법'으로 암막을 쳤다고 했다. 정답에 가까운 지적이다.
 
나이 70세를 고희(古稀)라 하고 종심(從心)이라고도 한다. 뜻대로 행하여도 어긋나지 않을 나이란 의미다. 문 대통령이 퇴임하고 맞을 나이다. 나이란 게 그렇다. 나이가 들면 손에 피 묻히기도 싫고 생각이 고정화되고 뜻대로 행하여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문 대통령이 그렇다는 얘기다.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란 소설이 있다. 내용인 즉 , 독 짓는 늙은이가 겪는 여러 내재적 혹은 외재적 갈등의 중첩을 그렸다. 작금의 문 대통령의 심정이 그렇지 않나싶다.
 
그러나 지금 분명한 것은 올고 그름의 문제요, 판단의 문제이다. 오늘 김 위원이 지적한  "왜 그럴까. 그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란 말이 와 닫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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