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모란
[정재원 기자] 지난 16일 방역을 전담하는 방역기획관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하자 보수야권에선 코드인사라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국민의힘은 청와대가 방역기획관을 신설하고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한데 대해 대놓고 정치방역을 하겠다는 뜻이자 보은 인사라며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 생명을 '양치기 정부'에 맡겨야 하나"라면서 "백신을 조기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등 정치 방역 여론을 주도한 기모란 교수를 기용했다. 정치방역을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이어 "정은경 질병청장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면서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기 기획관은 지난해 11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은 환자 발생 수준을 봤을 때 (백신 구입이) 급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같은 방송에서는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에 “(다른 나라가) 접종을 먼저 해 위험을 알려주는 것은 고마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장점을 언급하며 “만약 3개가 동시에 놓여 있다면 화이자나 모더나를 쓸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화이자와 모더나는 효과와 안전성 모두 가장 뛰어난 것으로 입증돼 웃돈을 주고도 못 사는 백신이 됐고, AZ는 혈전 부작용 논란으로 유럽에서는 퇴출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다. 우리는 값이 싼 AZ만 다량 확보하는 바람에 AZ의 혈전 부작용 사례가 발생해도 대안이 없어 접종 중단을 못 하는 형편이다.
 
이에 윤희숙 의원도 "국민 울화를 가라앉히는 것보다 정권에 봉사하며 욕먹었던 분들에 대한 보은이 더 중요한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라도 백신확보에 비상한 각오로 절박하게 매달려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외교안보차원의 담판과 협상을 통해서라도 백신을 구해야 한다. 상상할 수 있는 창의적 수단까지 총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기용 논란과 관련,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늦춰야 된다, 이렇게 얘기한 것이 정확치가 않다"고 감쌌다.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당시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개발 단계에서 그것이 성공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계약해서 가져와야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한편 미국이 면역 효과를 높이기 위해 3차 접종을 추진하고 유럽연합이 2년 뒤에 쓸 물량까지 확보하기로 하면서 백신 기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초 상대적으로 확산세가 더뎠던 국가들을 가리켜 ‘굼벵이들(laggards)’이라고 지칭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률과 사망률 덕분에 확보한 시간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잘하는 곳으로 꼽혔지만 이제 미국, 영국이 백신 접종에서 앞서 나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는 것이다.
 
NYT는 한국, 일본, 호주 등이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백신에 의존하며 초기에 설정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도 늦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연말까지 전체 인구에 대한 예방 접종 목표를 최근 취소했다. NYT는 한국과 호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3% 미만이며 일본과 뉴질랜드는 1%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신뢰를 잃은 기 기획관의 능력을 검증한 것인지 아니면 야당의 주장처럼 보은 인사에 의한 '정치방역'인지에 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모란, 너무 정부 편들었단 얘기 나와…직언 필요”
 
한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9일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청와대 첫 방역기획관으로 발탁된 것을 두고 “현장에 적용 가능한 여러 의견을 내셨다”면서도 “백신 수급, 자가검사키트와 관련된 부분에서 너무 정부 측 편을 들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며 “기 교수가 앞으로 어떻게 방역 정책들을 조율하느냐에 따라 좋은 평을 받을 수도 있고 나쁜 평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먼저 이번에 신설된 대통령비서실 방역기획관에 대해 “‘청와대 내에 방역과 관련된 보좌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민간전문가들 사이에 나오던 얘기”라며 “‘청와대에서 대통령께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역기획관과 질병관리청의 역할이 중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청와대와 기 교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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