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
[정재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일엔 이례적으로 종교계까지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사면 청원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사면을 요구하는 첫 목소리가 나와 실제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서는 법률적 측면에서는 사면 또는 가석방, 형집행정지 가능성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사면은 결국 정치적 영역’이라는 공통된 전제 아래 현 정권의 결단에 이 부회장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놓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 간담회에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고, 두 분 모두 고령이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면서 "(사면)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돼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찬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 사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이재용' 이름 자체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계와 정치권에서는 세계적 반도체 대란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계에 따르면 대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는 20일 대통령,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헌법재판소장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주지협은 탄원서에서 "정치권력과 재벌의 위법적 공모를 바라보는 우리 불자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은 참회를 위한 많은 노력을 했다. 판결 선고가 있기 전,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고속 성장의 과정에서 삼성이 법과 윤리를 지키지 못한 점, 그리고 변화된 사회의식과 소통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반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은 누구나 허물 많은 중생이며, 이재용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란다"며 호소문을 끝맺었다.
 
조계종을 대표하는 사찰 주지들이 법적 처벌을 받는 재벌 기업인의 선처를 호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종교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부재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단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치권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반도체 전쟁 속에서 정부는 부처별로 정책이 분산되고, 전쟁터에 나간 우리 대표기업은 진두지휘할 리더 없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 부회장 사면 청원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2일과 16일에 게시된 청원은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에 동의하는 이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부총리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며 "부총리 주관 업무는 아니지만 정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선 "지금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이) 최대한 빨리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렇듯 사면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요지부동인 상태다. 사면 요청 권한을 가진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19일 국회 정치·외교·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가석방은 법무부 소관이지만 검토한 바가 없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이 장관이 할 일이 아닌가'란 지적에는 "검토한 바가 없어 아직 건의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 7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찬성
 
한편 국민 10명 중 7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19~20일 실시한 4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광복절에 이 부회장을 특별사면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한다”는 의견은 26.0%로 집계됐으며,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4.0%였다.
 
이 부회장의 사면은 모든 성과 연령,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찬성 의견이 압도적 다수였다. 아울러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찬성 의견이 높았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 여부에 따라서는 이 부회장 사면론에 온도차가 있었다. 우선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부정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92.9%가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긍정 평가를 하는 사람의 경우 54.7%로 찬성이 과반을 넘겼다. 하지만 ‘매우 잘한다’는 적극 지지층에서는 28.7%로 전체 의견과 비교해 크게 낮았고, 사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8.0%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 계층에서는 찬성이 63.5%, 반대가 12.9%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20일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률은 6.2%로 최종 1,058명이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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