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암탄생100주년 기념 '호암서예전'-공수래공수거
[심일보 대기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는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다.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나타내는 말로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손에 들고 온 것이 없이 빈손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죽어갈 때도 일생 동안 내 것인 줄 알고 애써 모아놓은 모든 것을 그대로 버려두고 빈손으로 죽어간다는 의미이다.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貪)하지 말고 분수에 편안하면서 본래의 마음을 찾는 공부에 노력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죽어갈 때 꼭 가지고 가야 할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청정일념(淸靜一念)이다
 
청정일념은 사심(邪心) 잡념(雜念) 착심(着心)이 없는 오직 청정한 한 생각. 천도(遷度)에서 중요한 것이 서원일념과 청정일념이다. 청정일념은 이생에 대한 모든 착심을 놓는 것이다. 애착(愛着) 탐착(貪着) 원착(怨着)를 놓고 청정일념의 한 생각을 갖는 것이 천도의 지름길이 된다. 청정일념이 바로 해탈(解脫)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25일 별세한 한국 최고 부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집무실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글귀를 걸어 놓고 늘 가까이 했다고 한다. 
 
선친 이병철 전 회장이 직접 쓴 글귀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재물을 탐하고 권력을 좇아도 결국 모두 부질없으므로 너무 아등바등 욕심부리며 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재물을 가장 많이 가져본 사람들의 메시지여서 울림이 더 크다. ‘왕후장상도, 갑남을녀도 돌아가는 곳은 결국 똑같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법정 스님은 “현대인의 불행은 모자람이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함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며 무소유의 삶을 강조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성철 스님의 무소유 삶도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법랍 58년에 열반했지만 유품이라곤 40여년간 손수 기워 입은 누더기 장삼과 덧버선, 검정 고무신뿐이었다. 실천을 동반했기에 성철 스님의 가르침은 더욱 가슴에 스며든다.
 
부처님오신날, 70세를 훌쩍 넘긴 언론 선배가 보내준 '저승에서 만난 정주영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대화' 카톡을 보면서 ‘공수래공수거란 불가의 경구를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해 본다.
 
이건희 회장이 저승에서 정주영 회장을 만났다.
"자네도 왔는가?"
혹시 돈 가진거 있으면 5천원만 빌려주게"
"선배님 죄송합니다. 돈이 한푼도 없는데요"
"허허허! 자네도 빈손으로 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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