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쇼크,스마트폰 위기 극복

▲ 악수 나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의 '마법의 지팡이'가 효력을 다한 것일까.

삼성전자의 실적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8일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은 52조원,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5%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24.45% 감소했다. 계절적 비수기였던 1분기보다도 매출은 3.13%, 영업이익은 15.19%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더욱이 이번 2분기 실적은 이미 수 차례 하향조정이 이뤄졌던 시장 전망치보다도 더 낮은 그야말로 '어닝쇼크' 수준이다.

특히 이번 실적은 공교롭게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포스트 이건희'로 거론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하락한 가장 큰 요인은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관할하는 IT·모바일(IM) 부문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디스플레이, 가전, 반도체 사업 부문의 실적이 좋더라도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최신작인 갤럭시 S5가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린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 업체들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했던 것이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물량 감소가 예상보다 더 컸고, 이에 재고 소진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집중적으로 투입한 것이 결국 실적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심의 초점인 갤럭시S5는 1850만대 출하로 예상에 부합할 것으로 보이나,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7800만대로 전분기 대비 11% 감소 예상된다”며 "즉 플래그십 모델의 부진보다는 중저가 라인업의 모델교체가 부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지난 1분기 중국, 유럽에서 출하량을 무리하게 늘린 후폭풍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가 근본적인 이유"라며 "결국 갤럭시S5의 부진보다는 중저가 라인업에서 중국업체 등에게 점유율을 뺏기기 시작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30.2%로 전년동기 31.9% 대비 줄어든 상황. 줄어든 삼성의 점유율은 각각 중국 화웨이와 레노버가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 등 '원화강세'는 수익성을 더욱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달러와 유로화 뿐만 아니라 대부분 신흥국의 통화에 대해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전사 실적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환율 하락 영향으로 약 7000억원 규모의 환차손을 입은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악화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3분기부터는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실적 회복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7분기 만에 처음으로 8조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IM 부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IM 부문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의 실적히 나란히 부진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

삼성은 실적악화의 원인으로 ▲원화강세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판매 감소 ▲재고 감축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무선 제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 사업 약세 등의 영향 등을 꼽고 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부진 요인에 대해 "스마트폰 재고 이슈 및 중저가 모델 판매 부진으로 인한 IM 부문의 저조한 실적 때문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CE 부문은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에도 IM부문의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매출 51조원대, 영업이익 7조원대를 7조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분기 이후에는 대면적 아이폰 6 등 경쟁 모델 출시로 인해 프리미엄 모델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적의 큰 폭 개선은 플렉서블 스마트폰 등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모델 출시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 등 새로운 이익 드라이버가 출현할 때 본격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을 지우는 것이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가장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전성기는 가버렸다"며 "삼성전자의 과거 3~4년간의 수익 성장은 비정상적으로 높았고 이제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의 후계자(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마법의 지팡이가 없다"며 "이로 인해 그는 향후 1~2년 안에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는 갈수록 포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 환경에 대비하고, 미래 수익을 담보하기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B2B, 의료기기 등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일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올해 하반기 'CEO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최근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 제품들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홈, IoT 관련 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B2B, 의료기기 등의 사업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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