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형·동생 계열사 檢 형사고발

 
효성그룹 오너 일가가 탈세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그룹내 계열사의 100억원대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9일 검찰 등에 따르면 효성그룹 조석래(79) 회장의 차남 조현문(45)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최모(60)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셋째 조현상 부사장은 피고발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각각 부동산 매매·임대 회사인 트리니티와 ㈜신동진의 지분을 80%씩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조 전 부사장도 두 회사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고발장에서 트리니티가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대한 자금 대여와 신주(新株) 매입 등으로 인해 회사에 1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조현상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신동진이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골프포트에 수십억원을 대여해주고 부실 회사의 지분을 인수해 손실을 입힌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연습장 운영회사인 골프포트는 조현상 부사장과 ㈜신동진이 각각 30%와 20% 지분을 갖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조사부에 배당했으며 조만간 고발장 내용에 대한 검토를 마치는 대로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조 전 부사장이 고발장에는 형과 동생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트리니티와 ㈜신동진의의 최대주주가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인 만큼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에도 효성토요타·트리니티·신동진·더클래스효성 등 자신이 지분을 소유한 4개 계열사의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으며 추가로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신청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조 전 부사장은 이들 계열사 회계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추가 고발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또 지난해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이사 사임 등기절차 소송, 두미종합개발 주주총회 결의 무효 확인과 명의개서 이행 청구소송 등에 관여했다.

이를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한때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과거 경영 비리 의혹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트리니티와 ㈜신동진을 고발한 것도 두 회사의 배임 행위가 자신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지난해 계열사 가처분 소송에서도 대부분 승소했는데 또다시 같은 내용으로 형사고발까지한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적법한 경영판단에 따라 이뤄진 계열사의 정상적인 투자활동으로 향후 검찰조사과정에서 적법하다는 것이 소명될 것"이라며 "경영에 이사로 전반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 퇴직하고 나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계속 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변호사인 조 전 부사장은 그룹 경영방식을 놓고 아버지, 형, 동생과 갈등을 빚다 지난해 2월 전격 사퇴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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