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분식회계'..혐의는 대부분 부인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덕수(65) 전 STX그룹 회장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경영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강 전 회장 측은 분식회계를 비롯한 부당대출 등 모든 혐의에 대해 "회사를 살리려는 일념이었다"고 주장했다.

▲ 강덕수 전 STX 그룹 회장
강 전 회장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율촌 최동렬 변호사는 "STX는 수직계열화로 시너지를 내는 그룹이었다"며 "계열사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그룹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해 계열사가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회사를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이 횡령과 배임으로 치부돼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수직계열화 구조인 STX그룹 계열사가 모두 생존하려면 계열사 간의 자금지원이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강 전 회장 측은 페이퍼컴퍼니인 '글로벌오션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한 포스텍 자금대여와 포스텍 주식 재매입 등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자산가치 유지와 기업을 살리기 위한 투자유치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STX조선해양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함께 기소된 김모(59) STX조선해양 부사장에게 책임을 묻기도 했다.

강 전 회장은 이날 변호인의 모두진술이 끝난 후 "회장으로서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산업은행과 임직원들에게 고통을 안겨 준 것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진술했다.

강 전 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일한 임원들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은 모두 내가 부족한 탓"이라며 "그룹을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무리한 부분이 있었고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달게 받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강 전 회장은 회사 고위 임원들과 공모해 계열사 간 자금대여나 기업어음 매입(CP) 등을 일으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강 전 회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 과정에서 법인 자금을 횡령하고, 5년에 걸쳐 재무제표에 매출을 과대 계상하거나 매출원가를 축소 기재해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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