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핵심 4인방'으로 불리는 인물들을 한꺼번에 소환했다. 뇌물·로비 의혹과 관련 이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대질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화천대유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5호 실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한꺼번에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후 1시16분께 청사에 도착한 김씨는 '정영학 녹취록', '50억 클럽' 등과 관련된 질문에 "들어가서 (검찰에) 잘 소명하겠다"고만 답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100억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건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등에 김씨 등의 정관계 로비 정황을 포착, 유 전 본부장을 구속했다. 구속영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김씨로부터 5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 등이 적시됐다.
 
이후 검찰은 지난 11일 김씨를 처음 불러 조사를 진행했고,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의 공범인 것으로도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김씨의 구속심사에서 검찰은 뇌물 혐의의 범죄사실을 수정했고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대가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원은 검찰이 재생하려고 했던 녹취록의 녹음파일에 대해 김씨 측이 "증거능력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이날 김씨를 상대로 로비 의혹 등 실체를 집중 추궁한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전날 새벽 0시20분께 구치소에서 석방된 남 변호사도 이날 오후 재차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체포시한 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석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오후 1시42분께 청사에 도착한 남 변호사는 이날 출석 전 취재진에게 "사실대로 잘 소명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입국 당시 장발에 비해 짧아진 머리로 이발을 한 모습이었다.   
 
그는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 분'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아니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당초 입장이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바뀐 게 아니고 오해를 하신 거고 저는 그렇게 말씀드린 적 없다"고 했다. '원래는 이 지사가 아니라고 알고 있단 건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를 묻는 말엔 "처음부터"라고 답했다.
 
앞서 자신이 '50억 클럽'과 관련해 거론되는 명단 속 인물 중 2명에게 실제 돈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알려진 데 대해선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밖에도 '한국에 들어와 정 회계사와 연락한 적이 있느냐', '유원홀딩스에 투자한 돈은 돈세탁 용도가 아니냐', '700억 약정설은 직접 들은 게 맞느냐' 등의 질문에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 의혹에서 핵심 물증을 제공한 정 회계사와 구속 상태인 유 전 본부장도 재차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경우 검찰의 구속수사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전날 기각됐다. 구속기한 만료일은 오는 22일로 주중 구속기소될 전망이다.
 
검찰이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유 전 본부장을 한꺼번에 불러 조사하는 만큼, 이들간 대질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씨 등에겐 요구했던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들려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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