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의혹'으로 재소환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다시 한 번 구속 기로에 놓인 가운데, 정영학(53) 회계사가 성남시 대장동 사업자 공모 직전 “공사 이익은 임대주택 용지로 확정하고 건설사를 배제한 금융컨소시엄으로 공모를 제한하라”는 등 필수조항 7가지를 요구해 공모지침서에 통째로 반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검찰은 지난 1일 추가 기소한 유동규(52·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651억5,000만 원 배임 혐의 추가 공소장과 주요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56)씨,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 정민용(47)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다.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김씨 측 변호인단은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고정이익으로 수익을 환수하고 건설사를 배제하며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밝히지 않았느냐”라며 “이 후보가 정책적 판단을 한 것으로써 배임이 아니면 우리도 배임 혐의를 적용하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매체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 공소장의 한 페이지를 차지한 문제의 7가지 조항은 ▶건설사 주도 컨소시엄이 신청하지 못하게 하고 금융권 컨소시엄으로 제한 ▶주요 시중은행 이외 금융사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대표사의 신용등급 평가기준은 최고등급 AAA ▶다른 컨소시엄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도록 대표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주간사 실적 최고등급 평가기준은 7,000억 원 ▶다른 은행권 컨소시엄의 참여가 거의 없도록 사업비 조달 비용 최고등급 평가기준은 CD금리 수준인 2.5% 이하 ▶1공단 공원조성비를 도시개발 사업비용으로 부담하고 A11블록 임대주택 부지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추가 이익 분배 미요구 ▶택지를 민간사업자가 직접 사용해 아파트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 조항 삽입 ▶화천대유가 아파트 사업 이익을 독점할 수 있도록 사업신청자 구성원 중 1인을 자산관리회사로 선정 등이었다고 한다.
 
7개항의 핵심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관합동시행사의 지분을 50%가량 차지했는데도 개발이익은 ‘1공단 공원조성비 2,561억 원+임대주택용지(A11블록)’로 고정하고, 개발 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건설사를 제외한 것이다.
 
이 덕분에 화천대유 측은 공모지침서 내용을 미리 알고 공고 전부터 사업계획서 초안을 작성해 둘 수 있었고 공고 1주일 전인 2015년 2월 6일 화천대유를 설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씨 측 변호인단은 이 같은 배임 공모 혐의를 두고 “공모지침서상 관련 내용은 2015년에 누구의 부탁으로 넣고, 빼고 한 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전 성남시장)가 2012년쯤부터 소셜미디어(SNS)나 인터뷰 등을 통해 수차례 대장동 개발 원칙으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당시 시장의 지침을 화천대유는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뜻이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례신도시 개발 때 수익을 성남시와 민간이 50 대 50으로 배당하기로 약정했다가 민간사업자들의 ‘비용 부풀리기’ 탓에 전체 수익이 예상했던 1,100억 원보다 훨씬 줄어든 300억 원이 됐고 성남시는 절반인 150억 원만 받고 말았다”라며 “그래서 대장동 사업에선 고정이익으로 환수하라는 게 첫 번째 지침이었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사업에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사가 민간사업자 지분을 갖고 있다 보니 자금조달이 안 돼 사업이 지연되고 의왕시가 보증을 서야 했다”라며 “이 때문에 대장동 사업에선 민간사업자 선정 때 재원 조달을 위해 건설사가 아닌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공모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이미 지난달 14일 한 차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소명 부족을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돼 2주 넘게 보강 수사를 이어온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김씨와 공사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김 씨 측은 배임과 함께 '700억 원 뇌물공여 약속'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김 씨 측은 지난번 구속심사 때도 이는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등과 함께 비용 정산 문제를 논의하다 서로 말을 과장하고 부풀리는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씨는 또 유 전 본부장에 대한 5억 원 뇌물공여 및 횡령 혐의, 지인들을 허위 직원으로 올려 급여를 준 4억4,000여만 원대 업무상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던 원유철 전 의원의 부인과 자신의 친동생, 초등학교 동창 등을 직원이나 고문으로 허위로 올려놓고 월급을 주는 식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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