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전 교수
[심일보 대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이성’을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9일 자정 무렵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명학 연재 제1회'의 제목으로 이후 연재를 예고하며  "윤 후보는'원칙이성'에 가깝고 이 후보는 극단적으로 발달한 '기회이성'의 소유자"라고 했다.
 
윤 후보의 “원칙이성은 개별사안을 보편적,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가리키고, 이 후보는 '기회이성'으로 그런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기준을 바꾸어 개별 사안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후보는 “극단적으로 발달한 ‘기회이성’의 소유자”이고,  “자기에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문재인을 제물로 넘길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한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을 칠 것이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 기본소득 1호공약 논란,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 논란, ‘조국사태’ 사과 논란 등을 언급하며 “일관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것은 다 갖다 쓰니 도대체 정치적 정체성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진 전 교수는 “이 모든 비일관성 속에 한 가지 일관된 원칙이 있다면 바로 이해관계”라며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했던 말도 뒤집고 마음에 없는 사과도 하고, 가짜 눈물도 흘리고 빤한 거짓말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극단적 기회이성의 소유자에게 ‘진정성’이 있을 리 없다”고 적었다.
 
다음은 해당글 전문이다.
 
재명학 연재 제1회  
 
이재명, 기회이성의 화신   
 
흔히 이성을 '원칙이성'과 '기회이성'으로 나눕니다. 원칙이성은 개별사안을 보편적,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반면 기회이성은 그런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기준을 바꾸어 개별 사안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보통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 두 가지가 각자 다양한 비율과 방식으로 섞여 있지요. 
 
윤석열의 마인드는 '원칙이성'에 가깝습니다. 법을 적용하는 데에 이편저편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저쪽에 날카로운 칼을 댔다면, 이쪽에도 똑같이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야 한다는 거죠. 아마 그것이 그를 대선후보로 만들어 주었을 겁니다. 원칙이성이 강한 이들의 단점은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것. 이게 아집과 독단으로 흐르면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죠.
 
이재명은 극단적으로 발달한 '기회이성'의 소유자. 이것의 장점은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제 입장을 180도로 뒤엎을 준비가 되어 있지요. 어제 한 말을 오늘 바로 번복하기도 하구요. 그게 실제로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기회이성이 극도로 발달한 이들의 문제는 일관성의 부재로 신뢰를 받기 힘들다는 것.
 
‘기본소득’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우더니 경선 과정에서 집중적인 비판을 받자 ‘1호 공약이 아니’라고 했었지요. 기본소득의 재원인 국토보유세 얘기를 꺼냈다가 역시 비판을 받자, ‘국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꾸었지요. 그러다가 왜 대표공약을 포기했냐고 비판하면, 또 말을 바꾸어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일관성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관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것은 다 갖다 쓰니, 도대체 정치적 정체성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 후보가 분배가 아니라 ‘성장’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부동산정책에선 수요억제가 아니라 공급확대를 말하고, 탈원전을 추진해 온 정권의 후보가 탈원전을 말합니다. 페미니즘을 표방해 온 정당의 후보가 ‘페미니즘의 광기를 멈추라’는 글을 공유합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가 여의치 않자 바로 접어버립니다. 윤석열 후보의 소상공인 배상 50조 공약을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더니, 바로 입장을 바꿔 지금은 선거 전에 빨리 해치우자고 재촉합니다. 누가 보면 자기가 먼저 주장한 줄 알겠어요. 이런 식으로 수세국면을 외려 공세로 전환시키죠.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비상히 발달한 사람입니다. 
 
대장동 비리가 터졌는데 외려 “상을 받을 일”이라고 전세의 역전을 노립니다. 그러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니 그제서야 사과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잘한 사업”이라는 입장입니다. 조국을 열심히 편들다가 조국 사태를 사과하더니 바로 조국의 글을 링크합니다. 일관된 원칙도 기준도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서 그냥 자신에게 유리하게 행동하는 거죠.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비판이 나오니 “존경하는 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안다.”고 하는 것도 그의 남다름을 보여줍니다. 노령의 시장상인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다정한 감성의 소유자가 “성소수자는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며 항의하는 성소수자들에게 마치 약이라도 올리듯 “다 했죠?”라고 말합니다. 너희들은 표가 안 된다는 얘기죠. 
 
국가조찬기도회에 나가서는 “저도 분당우리교회에서 열심히 주님을 모시고 있습니다.”라고 버젓이 거짓말을 합니다. 교회측에서는 10년 동안 예배에 참석한 적이 없어 제적이 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교인이면서 교인이 아닌 양자 중첩상태. 이렇게 금방 들통날 거짓말도 그 상황에서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일단 뱉어놓고 보는 게 그의 특징입니다. 그게 이재명다움이죠. 
 
이 모든 비일관성 속에 한 가지 일관된 원칙이 있다면, 바로 이해관계입니다.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했던 말도 뒤집고, 마음에 없는 사과도 하고, 가짜 눈물도 흘리고, 빤한 거짓말도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이 극단적 형태의 기회이성을 가리키는 전문용어가 있죠. ‘잔머리’라고. 잔머리는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해만 됩니다. 
 
극단적 기회이성의 소유자에게 ‘진정성’이 있을 리 없죠. 그가 박스권에서 갇힌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진정성 제로.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까지도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 각인이 된 거죠. 심지어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도 그를 진심으로 믿지는 않아요. 그래서 전기 읽기 캠페인으로 자기세뇌들을 하는 거죠. 맨정신으론 지지가 안 되거든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을 칠 것이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윤석열은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하며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강조했죠. 보수 쪽에선 실망하겠지만, 그는 그 말을 지킬 겁니다. 반면, 이재명은 달라요. 그는 자기에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문재인을 제물로 넘길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이재명은 합니다. 그걸 친문들도 알아요. 그래서 안 돕는 겁니다.
 
ps.
 
유시민 이사장의 컴백을 환영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분의 신작 '명비어천가'를 디벼드리겠습니다. 유시민이 불려나온 것도 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아, 유시민도 이재명과 같은 "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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