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 “워싱턴에서는 실력이 부족해서 사임하는 지도자는 없다. 거짓말을 하거나 부패해서 물러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9월, 당시 전신애 미국 노동부 여성국 담당 차관보가 경기도청에서 열린 공무원 대상 특별강연에서 ‘21세기 글로벌 리더십’이란 주제의 특강에서 한 말이다. 기자가 그의 이같은 발언을 지금도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 한 지역 일간지가 특강 내용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도자의 덕목으로 여러 사항을 언급했는데 유독 '실력과 정직성'에 대해 한 이 말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그의 발언 내용을 더 소개하면 전 차관보는 “지도자는 조직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나(I)’가 아니라 우리(WE)를 중심으로 말하고 공동체에 공을 돌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거하지 않으면 조직의 암이 되는 사람들은 해고해야 한다”고 설명해 방청객을 놀라게 했다 한다.
 
전 차관보는 1965년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교육·사회정책학 석사학위를 땄으며 일리노이주 이중언어교육센터 직원으로 미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난민교육센터 소장, 복합문화교육연구원장을 거쳐 1991년 일리노이주 노동부 장관에 선임됐으며 2001년에는 노동부 여성담당 차관보로 발탁, 부시 행정부에서 한국계로서는 최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소개된 바 있다. 
 
정직은 사회적으로 공동의 선(善)을 추구하는데 바탕이 될 뿐 아니라 사회의 탄력성과 건강함을 진단하는 척도가 된다는 의미에서 지도자의 정직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전날 박성효 국민의힘 20대 대선 대전시공동선거대책위원장(전 대전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과 윤석열 중 누가 더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며 이 후보를 겨냥한 글을 올렸다. 
 
그는 “지도자에 대한 제일 중요한 판단 기준은 정직성이다. 어쩌다 우리 정치판에는 정직이 약점이 되고, 거짓말도 능력이라고 오도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지 참 안타깝다”며 “정직은 신뢰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다. 정직하지 않으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협력을 구할 수 없고, 협력을 얻지 못하면 급기야 오만과 독선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가 정직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일을 감히 자행할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중심적 사고틀 속에서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패거리 정치에 탐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전 시장의 말 중에 '지도자에 대한 제일 중요한 판단 기준은 정직성'이란 지적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의할까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작금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기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지도자의 정직성을 크게 문제삼지 않는 듯도 보인다.
 
'리더십 챌린지'의 저자 쿠제스와 포스너가 30년 가까이 각국의 사람들이 리더에게 기대하는 덕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선견지명, 정직, 역량, 사기진작의 순이었다. 반면 미국, 호주는 정직, 선견지명, 사기진작을 꼽았다. 
 
정직이란 어느 사람이 믿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름지기 지도자가 리더십을 가지려면 먼저 자기를 다스리는 '셀프 리더십'을 연마해야 하고 정직은 그 기본이라 할 것이다. 정직하지 못하면 자기를 속이는 사람이 되고 이런 사람은 국민을 속이는 짓을 쉽게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지도자는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대선을 50여 일 앞둔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이재명과 윤석열이라는 2강' 후보를 놓고 '선견지명'과 '정직' 사이에서 선택의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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