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월렛카카오, '보안 vs 시장선점' 딜레마

 
1.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친구들과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친구 B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안타깝게도 고향은 서울에서 350㎞ 넘게 떨어진 도서지역. 도저히 평일에 시간을 내서 조문을 하러 가기가 힘든 상황이다. A씨는 카톡 친구 목록에서 B씨의 이름을 검색해 조의금을 송금했다.

2. 직장인 C씨는 평소 같은 팀 동료 3명과 점심을 먹는다. 점심 값은 보통 '더치페이'로 해결하는데 식사를 마친 후 그 자리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각자 부담해야 할 금액을 계산한 사람에게 송금한다. 이 과정에서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인증은 필요 없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올 하반기 중 우리 국민 신한 외환 등 전국 15개 은행과 손잡고 스마트 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뱅카)'를 내놓을 계획이다.

'뱅카'는 최대 50만원을 뱅크머니로 충전한 후 소액 송금, 온·오프라인 소액결제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번 인증을 하면 그 이후에는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간단하게 소액을 송금할 수 있다.

'뱅카'는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출시 시기가 다소 미뤄졌다. 서비스에 편리함은 부인할 수 없지만 잇단 금융보안사고로 소비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보안이 너무 취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친구를 빙자해 피싱이나 스미싱을 노리는 범죄자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욱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카오, 금융결제원, 은행 등 세 곳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서비스의 빠른 상용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16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보안의 새로운 환경과 과제'라는 세미나에 참석해 해외 IT기업의 금융 및 결제사업 진출 동향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은 물론이고 중국기업인 알리바바, 타오바오, 텐센트 등도 결제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며 "보안에 신경쓰다 보니 해외사업자에게 뒤쳐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해외 각국의 소셜서비스는 별도의 어플리케이션 실행을 하지 않더라도 친구목록을 통해 금융 거래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리스크가 없는 서비스는 없고 100%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그럼에도 산업 표준으로 봤을 때 (뱅카는) 문제가 없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친구를 지정하는 절차는 카카오톡 내에서 진행되지만 실제로 돈이 오고가는 과정은 은행 내 시스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 문제가 크게 우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00년대 중반 판도라TV 등 동영상 서비스 산업에서 우월한 기업들이 있었지만 저작권 분쟁과 통신사와의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유튜브가 이들을 뛰어넘었다"며 "보안 문제 때문에 시간을 끌다가는 타이밍을 놓쳐 해외사업자들에게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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