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평판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대기업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 현지 협력사들의 수도 급증하는 가운데, 협력사들의 아동 고용과 같은 인권침해 시비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동반성장 등 좋은 취지에서 맺은 해외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관계가 자칫 '독배'가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사전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현지 협력사의 아동 불법 고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적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10일 미국 뉴욕타임스, 씨넷 등 외신들은 일제히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중국노동감시(CLW)는 중국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협력사 신양전자(둥관신양) 공장에서 16세 미만 노동자 5명이 불법 고용돼 초과 근무 수당 없이 일주일 내내 하루 11시간씩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삼성전자는 즉각 조사를 실시, 지난 13일부터 잠정적으로 해당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면 거래를 영구 정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논란을 빠르게 잠재웠으나, 이미 실추된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었다.

해외 현지 협력사로 인해 불거지는 문제는 기업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갉아먹을 뿐 아니라, 기업의 영업활동에도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포스코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서 불거진 문제에 진땀을 흘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996년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해 면방공장 2개와 면펄프공장 1개를 운영했는데,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목화 채취에 아동을 동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우인터내셔널 현지 공장이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특히 국제 시민단체들이 나이키 등 의류업체들에게 우즈베키스탄산 면화 사용 중단을 요청, 나이키가 곧 바로 대우인터내셔널과 거래를 중단했다.

협력사의 과실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지만 대우인터내셔널 부산공장은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수익원을 잃게 됐다. 이 문제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부산공장 매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욱이 지난 4월엔 세계적 인권단체인 '워크프리(Walk Free)'가 대우인터내셔널을 "노예노동(slave labour)을 통해 면화를 제조하는 세계 최대의 업체"라고 규정하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저마다 리스크 차단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수많은 협력사들을 일일이 감시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한 입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매년 조사를 실시하며 관리에 힘쓰고 있지만 수 천개에 이르는 협력사들을 일일이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협력사 관리 문제는 앞으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어, 보다 체계적인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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