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축구 영웅’ 박종환(83) 전 감독이 전 재산을 사기 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박종환은 13일 방송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 "지인들에게 여러 번 사기를 당하고 금융문제에 휘말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좌절에 빠졌다"며 "친한 친구, 선배 7~8명에게 돈을 빌려줬다. 몇 천만 원이 아니고 있는 걸 다 줬다. 한 푼도 못 받고 다 줬는데 얼굴도 못 보는 신세가 됐다. 돈 받으러 가겠다는 말이나 전화도 안 했고 믿고 기다렸다. 누가 보면 화려할 거 같지만 정말 비참하게 살았다"고 밝혔다.
 
박종환은 3년 전까지 축구 감독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현재 한 여성 집에 얹혀 살고 있다. 남다경 씨는 박종환이 생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 손을 내밀고 보호자를 자처했다. 남 씨는 "감독님과 인연을 맺은 건 2년 반 정도 됐다. 지인에게 감독님이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가더라. 유명한 분인지 몰랐다"며 "전화로 상담하다가 감독님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해 찾아갔는데 나도 힘들었던 사람이라 마음을 알겠더라. 저 분을 도와줄 수 없을까 생각해 도움 손길을 내밀었다"고 설명했다.
 
부인은 6년 전 세상을 떠났고 아들·딸도 출가해 바쁘게 살고 있다. 박종환은 남 씨를 만나기 전까지 지방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노령 연금 30만 원과 아들이 주는 용돈 30만 원이 전부"라며 "자존심이 세 신세지는 것도 싫어한다. 축구 후배들이 후원금을 모아줬지만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남 씨는 "따님이 아버지를 모실 생각을 하고 있다. 잠시 우리 집에 머물다 감독님도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박종환은 기억력 감퇴까지 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팬클럽 회원과 자리에서 "얼굴은 알아도 이름은 헷갈린다"고 했다. 이명으로 치료도 받고 있다. 뇌 신경센터 전문의는 "뇌에 이상이 없다. 어지럼증은 뇌에서 오는 것보다 심리적인 원인이 커 보인다"며 우울증을 진단했다.
 
박종환은 "의리와 정 때문에 사는 사람인데. 그게 무너질 때는 상상할 수도 없이 힘들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배신감이나 섭섭한 게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데도 '왜 나한테 그래? 나라면 그렇게 안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드니 어지럼증도 있다"며 "우울증은 내가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갑작스럽게 와서 나도 깜짝 깜짝 놀란다"고 털어놨다.
 
박종환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에서 4강 신화를 만들었다. 이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프로 무대 3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 초대 회장과 대구·성남FC의 창단 감독도 지냈다. 제자로는 신태용·김학범·박항서 감독과 손웅정·손흥민 부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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