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20일 김동길(94) 연세대 명예교수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의 김 교수 자택을 찾아 새해 인사를 하며 후원회장을 부탁했다. 김 교수는 “동지가 찾아와서 얘기를 하면 여부가 없는 것”이라며 “한 시대의 노인이지만 전적으로 보증하니까 이 사람은 틀림없다”며 수락했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철회한 다음 날인 21일, 김동길  명예교수는 “양보할 때는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안 후보 결정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 캠페인을 도와온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에 “충격적이고 의외”라며 “상대방이 못마땅하더라도 단일화 가능성을 칼같이 끊는 건 상당히 유감스럽다. 안 후보가 당선 가능성에 대해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냉정하게 현실을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안 후보의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을 한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공식 협상팀도 꾸리지도 않았다. 대신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은 안 후보를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안 후보 입장에서 '분노'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면 왜 안 후보를 돕고자 했던 원로들이 안 후보의 단일화 철회 결정에 아쉬움을 표한 것인가
 
선대위에 참여한 한 인사는 “정치는 현실인데 안 후보가 단일화의 문을 닫아 버리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바로 현실을 외면한 '안철수 정치'가 문제라는 것이다.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단일화 제안을 했는데 상대가 모욕적인 태도를 보이니까 완주하겠다는 것 역시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진곤 전 한국일보 주필은 한 언론에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단일화 제안을 했는데 상대가 모욕적인 태도를 보이니까 완주하겠다는 것도 명분이 약하다. 느껴지기로 회견문의 기조가 그렇다. “떨어져도 좋다. 끝까지 가고야 만다”는 감정이 행간에서 읽힌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이 후보의 승리를 지원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단일화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안 후보가 왜 패배가 뻔한 싸움에서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협상 결렬' 선언 배경에 그의 무리한 '자리 요구'가 있었다는 각종 설이 난무했지만, 윤 후보와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구동성으로 '음해에 가까운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安 측 '이준석 조롱과 협박 한두 번 아니었다… 그를 제거해야 협상이든 뭐든'"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이제 국민의당이 마음의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조롱은 제가 하지만, 협박은 님들이 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 대표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놓고 장사 그만하시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우리 후보가 전화까지 했음에도 연락 없었다고 태연히 말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는 지난 서울시장 경선 때 막판까지 오세훈 시장을 이겨보겠다고 생태탕 의혹을 꺼내 들던 모습의 데자뷰"라고 꼬집었다.
 
'정권교체'라는 다수의 뜻과 대의를 보지 못하고 서로의 감정에 충실한 안 후보나 이 대표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패배를 뻔히 알면서 진군 나팔을 부는 안철수 후보나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입 놀리는 이 대표 역시 다 거기서 거기란 얘기다.
 
아직도 단일화의 시간은 남아 있다. 주구장창 외쳐오던 안철수의 '새정치' 수명도 마찬가지다. 안철수가 한국 정치에'계륵(鷄肋)으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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