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해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신소희 기자] 이른바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공개수배 중인 이은해(31)와 공범 조현수(30)의 행방이 넉 달째 묘연한 상태이다. 경찰은 주변 인물들을 재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크게 4가지 의문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해, 도주 전 지인에 "구속될 것 같다" 문자
 
11일 TV조선 등은 이은해가 공범 조현수(30)와 검찰 2차 조사를 앞둔 지난해 12월14일 친구 A씨에게 "구속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1차 조사에서 이 씨가 2019년 남편에게 복어독을 먹인 뒤 조 씨와의 텔레그램 대화에서 "복어피를 이만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고 말한 사실을 추궁했고, 범행 증거까지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씨와 조 씨는 더는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 곧바로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 
 
친구 A씨는 최근 경찰조사에서 "메시지를 받고 이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두절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조 씨와 함께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 씨(사망 당시 39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윤 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한 뒤 구조하지 않고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범행에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 씨에게 복어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같은 해 5월 경기 용인시 낚시터에서 윤 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씨가 남편 명의의 생명 보험금 8억 원을 노리고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은해, '가방 도난' 허위 청구로 보험금 받아
 
지난 10일 채널A에 따르면 이 씨는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씨와 혼인신고를 한 지 6개월이 지난 2017년 9월쯤 사귀던 다른 남성과 일본 여행을 하던 중 여행용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현지 경찰서에 신고했다. 피해신고 접수증을 발급받은 이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여행 보험금 150만 원을 받았다. 여행자보험에 해외여행 중 도난 피해를 보상하는 약관을 노린 것이다.
 
 이 씨는 2019년 4월에도 남편 윤 씨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뒤 또 다시 일본 경찰에 허위로 도난 신고를 했다. 그해 6월 윤 씨가 사망하자 보험금 135만 원은 이 씨에게 돌아갔다. 
 
당시 윤 씨는 생활비 3만 원이 없다며 이 씨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하던 때였다. 연봉 6,400만 원이 넘었지만 1억 원 넘는 빚이 쌓여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씨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 씨는 과거 방송 인터뷰에서 “저희가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서 여행을 다녔다”며 “그래서 아무래도 빚이 좀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함께 공개 수배된 조현수(30)와도 2019년 5월 마카오 여행을 다녀와 같은 수법으로 200여만 원을 가로챘다. 해외여행 보험사기를 이용해 이 씨가 보험금을 챙긴 건 최소 5차례, 금액은 8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해와 보험설계사, 공모 가능성은?
 
▲ '가평 계곡 남편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오른쪽)와 조현수(왼쪽).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수사당국에 따르면 가평경찰과 의정부지검이 2019년 10월19일 이 사건을 변사로 종결했을 때 확인한 생명보험은 3개였다. 매월 29만 5,000원의 보험료를 납입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당시 수사당국은 윤 씨(사망 당시 39세)가 직접 가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은해 명의로 가입된 손해보험 등 보험료는 월 40여 만원으로 조사됐으며, 수사당국은 이은해의 보험은 익사 사건과 무관하다고 봤다. 이 씨의 남편 윤 씨의 보험 설계사는 이 씨가 10대 때 사귀던 남성으로 파악됐다. 
 
이 씨가 남편 윤 씨의 보험을 가입했을 당시 사망 담보 위주 설계를 했다. 이 씨는 또 보험료 납부 금액이 부담되자 윤 씨의 보장을 낮춰 보험금을 낮추는 대신 사망보험금은 유지했다. 이은해가 피해자 윤 씨 명의로 다수 생명보험상품에 가입하고 2년 뒤 윤 씨는 3차례에 걸쳐 목숨을 위협받았고 결국 숨졌다.
 
이은해는 내연남 조현수와 공모해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 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시도했으나 치사량 미달로 미수에 그쳤다.
 
이어 같은 해 5월 경기 용인시의 낚시터에서 윤 씨를 빠뜨려 살해하려 했으나 잠에서 깬 지인한테 발각돼 미수에 그쳤다. 그다음 달인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전혀 못 하는 윤씨를 다이빙하도록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다.
 
수사당국, '조력자' 있을 가능성 수사 중
 
검찰은 이은해와 조현수가 해외로 밀항을 하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도피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해외로 나간 기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공개 수배 전환 직전 법무부에 요청해 이들의 해외 출국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도주 이후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휴대전화 사용 내역은 물론 출국 기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행방을 감춘 시점은 지난해 12월 14일이다. 
 
당시 2차 검찰 조사가 예정됐던 날로, 도주하기 전날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장기간 조사를 받았다. 이은해는 해당 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첫 조사에서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2차 조사 출석을 거부하고 도주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카드 사용내역과 휴대전화 사용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수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거의 전례 등에 비춰볼 때 대포폰 사용 등 이들을 돕는 제3자가 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지명수배 후 최근까지 검찰에 제보가 빗발쳤지만 결정적 단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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