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계곡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 형사2부 박세혁 검사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법안에 중재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박세혁 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범죄가 두부냐? 카스테라냐? 동일성과 단일성?’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검사는 “범죄는 다른 인간사의 모든 사실이나 상황처럼 두부나 카스테라처럼 딱 절단돼 구분지어 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단일성’ 혹은 ‘동일성’이라는 개념이 법률 규정 혹은 관념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실제 실무현장에서는 그 기준과 처리가 모호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수사상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준과 처리가 모호할 가능성이 높은 개념은 아무래도 ‘좁게’ 규정되고, 더 나아가 ‘좁게’ 해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하다보면 ‘서민 피해’ 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적정한 대응은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계곡 살인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 제4항에 규정된 내용에 대해 “도무지 수사 현실을 모르는 단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병석 의장님 ‘중재안’대로 검찰의 보완수사 혹은 보완수사 요구가 좁은 의미의 ‘동일성, 단일성’ 기준에 따라 운용된다면, 살인 범행 및 보험금 편취 미수 범행의 본체를 규명하지 못한다”며 “공범 추적 및 범인도피 등 사범 추적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2019년 가평 용소계곡 살인 및 8억원 보험금 편취 미수로 송치를 했다”며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은 두 사건 범행에 대해서만 직접 보완수사 혹은 경찰의 보완수사요구만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중재안에 따랐다면 양양 복어독 살인미수와 용인 낚시터 살인미수의 범행에 대한 수사는 시작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두 사건의 범행의 입증이 있으면 ‘계곡 살인 사건’에 대한 입증 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8억원 보험금 편취 미수 범행까지 자연스레 입증할 수 있게 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박 검사는 “단일성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수사가 가능하다면, 확보한 차고 넘치는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사건에 대해 ‘범행 일시, 장소, 범행 수법’ 등이 판이해 수사 개시조차 할 수 없다”며 “검사의 눈 앞에 이은해(31·여)씨와 조현수(30)씨의 별건 살인미수 범죄가 명백히 보임에도 칼을 꺼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면,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한편, 박 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검찰개혁 검찰개혁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8개항에 달하는 최종안을 여야에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박 의장은 중재안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고 적시했다. 또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박 의장은 검찰 직접 수사 분야를 현행 6개에서 2개로 축소하자고도 제안했다. 검찰청법 4조 1항 1호 가목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로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나.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장은 가목에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 참사를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 역량이 수준에 이르면 검찰 직접 수사를 폐지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아울러 송치사건에 대해서는 범죄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는 금지한다고 적시했다. 이른바 '별건 수사' 금지다.
 
이와 관련 여야는 이날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놓고 강경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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