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연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21일 배 최고위원과 공개석상에서 충돌한데 대해선 "제가 정치인들과 갈등이 있을 때도 있고, 이랬을 때 사실 상대의 의도가 무엇인지 왜 지금 시점에 이러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면 그래도 제가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최근에 보면 혁신위가 예를 들어 이준석의 말을 따르는 사조직이다, 이런 건데, 그런 게 굉장히 불명예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런 걸 막 던진다"고 비판했다.
 
당대표로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엔 "제가 보통 사안에 대해서 반응하는 걸 보면 저에 대해서 모두가 공격을 하거나 이런 것들이 과도한 시점에 하는 것이지, 제가 우리 당내 인사에 대해서 먼저 가서 어떻게 공격을 하고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공격을 자제하는 게 어떤가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한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 성상납 의혹 관련 호텔 출입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한 데 대해 "그때 제가 거기(유성관광호텔) 숙박했다는 건 이미 이야기했는데 그것과 그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당 윤리위원회가 열리는 시간에 CCTV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그런 것이 있으면 다 공개하시라"고 받아쳤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따른 대응계획에 대해 "저는 미리 속단해서 움직이지 않겠다"면서도 윤리위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금 윤리위가 굉장히 이례적으로 익명으로 많은 말을 하고 있는데, 사실 무슨 의도인지도 궁금하다"며 "(무슨 의도인지)저도 모르겠다. 이게 익명으로 나오는 말들이기 때문에 사실 그 안에서 다수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소수 위원들이 계속 인터뷰하는 것은 자신의 뜻을 그런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있는 것 같은데, 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윤리위의 회의 공개 가능성에 관해선 "모르겠다. 저는 전혀 예측할 수 없고, 무엇에 대해서 다루겠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며 "저는 참석할 의향을 밝혔는데 장소나 이런 것들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제가 찾아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토사구팽이라고 느껴지느냐는 질문엔 "토사구팽이라고 한다면 그 주체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앞서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직격했다. 배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를 향해 "당 지도부가 수시로 방송에 출연하며 "나는 다 알아요"식으로 지도부 회의 내용을 전파했을 때 그 작은 영웅담이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우습게 만드는지 내내 안타깝게 지켜봐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자의 한 마디는 천금같아야 한다"며 "비공개라면 철썩같이 비공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와 "나 아냐" 한들 너무 많은 언론과 공중에 1년 내내 노출돼 왔는데 주워담아 지겠나"라며 "지도자다운 묵직하고 신중한 언행과 침묵의 중요성을 이제라도 이해하신다면 참 좋겠다"고 당부했다.
 
배 최고위원은 "그렇지 못한 언행으로 혼란이 빚어질 때 피로감은 고스란히 당원과 지지자들께 누적된다"며 "어렵게 세운 새 정부에 당이 합심해 총력으로 동력을 보탤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성숙하고 안정감 있는 당 운영 노력으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들에 오롯이 힘 쏟을 수 있게 해주시길 제발 당부한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 갈등의 이면에는 당권과 총선 공천권 등 권력을 둘러싼 신경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언론에"이 대표도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배 위원도 못지않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권, 공천권을 향한 권력 다툼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집안싸움'에 당 지도부에서도 피로감이 감지된다. 앞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 모임으로 알려진 '민들레' 출범을 놓고도 이 대표와 정진석 의원이 갈등을 일으키며 한 차례 내홍이 불거진 바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가 끝난 뒤 "세상에 어떻게 여당을 이렇게 끌고 가느냐. 시간이 남아돌아서 (회의를) 가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설전에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저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리고 공개적인 회의석상에서 계속 이준석 당대표에 대해서 좀 저급한 단어로 공격을 해요. 졸렬했다, 저급하다. 그리고 어제는 SNS에다가 뭐라고 썼냐면 지도자다운 묵직하고 신중한 언행와 침묵의 중요성을 이제라도 이해해라, 그러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또 가르치듯이 얘기를 했어요. 그러니까 이것은 본인이 이준석 대표한테 물러서지 않겠다, 지지 않겠다. 계속 한 판 붙어보자 그런 생각인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박원석 정의당 전 정책위의장은 "저는 잘잘못을 떠나서 이 결과가 이준석 대표한테 그다지 그렇게 이롭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 전선을 너무 넓혀놨어요. 정진석 부의장과의 갈등에 이어서 최고위원내에서 저런 갈등. 게다가 지금 안철수 의원하고 갈등까지 있잖아요. 그리고 그 공통분모는 보면 윤핵관이에요. 친윤과의 갈등이란 말이죠. 특히 저는 안철수 대표와 최고위원 임명 문제로 갈등을 벌이는 건 물론 그 안에는 굉장히 복잡한 계산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쨌든 그거는 합당 때 약속인데다가 명분이 좀 떨어져요. 물론 적임자들이냐, 그분이. 그리고 이게 통상의 이치에 맞느냐, 이런 문제제기는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약속을 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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