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력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으로 난관에 봉착했지만 장남 대균씨 검거로 다시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최대 20여일 안에 대균씨의 혐의 입증을 어느 정도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따라 수사의 결과물은 달라질 수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제2차장검사)은 25일 검거된 유대균씨에 대한 조사를 체포영장 만료 기한인 27일(48시간)까지 마무리하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대균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균씨는 유 전 회장 차남인 혁기씨와 함께 세월호 선주회사인 청해진해운과 천해지를 차례로 보유한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있다.

'유병언 장남' 유대균 검거…남은 검거 대상 누가 있나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44)씨가 25일 검거되면서 '세월호 수사'의 남은 검거 대상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월호 선주로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유력한 민·형사상 배상 책임자였던 유 전 회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대균씨를 비롯한 남은 일가·친척에 대한 혐의 입증과 신병 확보가 세월호 관련 민·형사상 보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미국에서 도피·잠적한 유 전 회장 차남 유혁기(42)씨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혁기씨는 유 전 회장이 이끄는 '구원파'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알려져 있다. 검거된 대균씨와 함께 세월호 선주회사인 청해진해운과 천해지를 차례로 보유한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혁기씨의 주된 죄목은 천해지 등 청해진해운 계열사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10억여원을 받은 혐의 등이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대균씨 대신 혁기씨를 실질적인 후계자로 점찍은 만큼 검거 시 혐의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후 유 전 회장 일가 중 혁기씨에게 가장 먼저 소환을 통보했다. 그러나 미국 체류 중이던 혁기씨는 수차례에 걸친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후 결국 잠적했다.

현재는 혁기씨가 미국에서 다시 제3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혁기씨 검거를 위해 이날 장남 대균씨를 상대로 머지 일가들의 소재와 연락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그러나 장남 대균씨는 도피 중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유 전 회장과 마지막까지 동행한 운전기사 양회정(56·공개수배)씨도 주요 검거 대상으로 꼽힌다.

양씨는 지난 5월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 '숲속의 별장'으로 도주할 당시 '김엄마' 김명숙(58)씨 등과 함께 유 전 회장을 수행한 인물이다.

양씨는 검찰이 별장을 급습하자 달아나던 중 유 전 회장을 숲속에 두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씨가 검거되면 변사체로 발견된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보를 보다 자세히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잠적한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이사,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등 유 전 회장 측근들이 차후 검거 대상으로 꼽힌다.

검찰은 이와 함께 프랑스에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유 전 회장 장녀 섬나(48)씨와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차녀 상나(46)씨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다판다, 트라이곤코리아 등 유 전 회장 일가 핵심 계열사의 대주주로, 그룹 경영에 깊숙이 개입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컨설팅비, 고문료 등 명목으로 계열사 돈을 끌어모아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100억원대의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유씨가 청해진해운 경영에 직접 개입하면서 세월호 증·개축이나 복원성 문제 등에 관한 보고를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때문에 유씨가 실제 세월호 관련 보고를 받았거나, 유씨의 횡령 등 행위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재정부실을 초래했다는 개연성이 인정될 경우 유씨에게 세월호 침몰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까지 대균씨의 구체적인 범죄 액수와 혐의 등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균씨가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유 전 회장이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각종 횡령 및 배임, 탈세 범죄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유 전 회장의 혐의에 대해 횡령 218억원과 배임 1071억원, 탈세 101억원 등 총 1390억원의 범죄 액수를 적시한 바 있다.

유대균씨의 예상 선고 형량은 금액에 따라 바뀌게 되며 현행 특경가법은 범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검찰의 기소 내용에 따라 대균씨의 형량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유대균·박수경 용인 오피스텔서 검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대균씨의 수행원인 박수경(34·여)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청은 25일 오후 7시 경기도 용인 수지의 한 오피스텔에서 유 저 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그를 수행하던 박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유대균씨는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추적을 받자 4월19일 도주해 지금까지 행적을 감춰왔다. 일각에서는 대구·경북 지역에 숨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유씨는 유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사실상 계열사들을 경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년 간 계열사에서 컨설팅 비용과 상표권 수수료, 고문료 명목으로 백억 원 가까운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숨진 유 전 회장이 실제로 회사를 경영했는지 입증할수 있는 핵심인물로 유씨를 꼽아왔다.

그동안 경찰TF팀은 그동안 유씨가 수행원이나 가족, 친인척 등의 도움을 받아 도피 중인 것으로 분석하고 수사망을 좁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유씨의 수행원인 하모씨의 여동생이 주소지와 휴대전화 요금청구지가 다르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해당 오피스텔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이날 유씨를 체포하기 위해 오피스텔로 도착했다. 유씨가 은신한 오피스텔은 7층으로 6평 규모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 동안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에 7층에서 내린 사람들이 없었던 점을 의심해 빈집으로 알고 있었으나 전기요금이 계속 나오고 수도 사용량이 있는 것을 확인, 내부에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고 체포에 나섰다.

문을 두드려 오피스텔 내부에 있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려 했으나 인기척은 없었다. 경찰은 누군가 내부에 있을 것을 확신하고 2시간여를 설득했다.

이후 잠겨 있는 현관문을 강제로 열기 위해 소방대원과 사다리차가 동원되자 안에 있던 유씨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순순히 체포에 응하면서 검거 작업은 마무리됐다.

유씨 등은 세월호 사고가 있은 뒤 경찰의 수사대상에 포함되자 4월말께 해당 오피스텔에 들어간 후 전혀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에서는 5만원권으로 현금 1000여 만원의 뭉칫돗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에는 TV나 휴대전화는 없었으며 컴퓨터 역시 사용한지 오래된 듯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냉장고에는 장기간 숨어 있을 것에 대비해 음식이 가득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유씨와 함께 붙잡힌 박씨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에서 '신엄마'로 불리는 신명희(64)씨의 딸로 유씨의 수행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오피스텔 주인인 하모씨를 범인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을 현재 인천광역수사대로 호송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대균을 인천광수대로 데려가 유병언과 도피자들의 행적에 대한 기초 조사를 하고 나서 검찰로 호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갈등이 부른 검·경의 '엇박자'

경찰이 성공한 유대균 검거 과정에 검·경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검찰이 25일 오후에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선처'라는 카드로 유병언의 자수를 회유하고 있었던 시각에 경찰은 유대균 검거 직전인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측은 검거 당시까지 유대균씨의 은신처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검찰도 대균씨의 검거 소식을 오후 7시에 파악했고 검거 소식을 듣기 직전까지도 유대균씨의 은신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사권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검경 갈등이 유병언 수사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광수대 관계자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검찰과 유대균씨의 소재지에 대해 공유를 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에도 정보 공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검찰은 유대균씨가 용인에 있는 지 조차 모르고 있다"며 "검찰이 자수를 회유하던 시기인 이날 오후 경찰의 체포작전은 진행됐고, 결국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유대균 체포 과정에서 친인척 소유의 오피스텔의 전기료와 수도세가 계속 나오는 수상한 곳에 대해 집중 관리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수사 기법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대균씨이 거처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이들의 검거 소식은 7시쯤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검경의 '엇박자 수사'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수사과정에도 잇따라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숲속의 추억' 별장을 급습할 당시 유 전 회장이 이곳에 숨어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검거 작전을 펼쳤다.

당시 검찰 수사관들은 2시간여 동안 별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2층 통나무 벽 안에 숨어있던 유 전 회장을 눈 앞에서 놓친 것이다.

검거 작전에 배제된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 차량 검문 검색이 아닌 별장 인근을 집중 수색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경찰은 지난달 12일 오전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한 매실밭에서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했음에도 40일이 지나서야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은 검찰이 "유 전 회장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검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한 날이다. 검찰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처럼 검경 갈등이 수사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공조 수사 협조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 수면 아래 가라 앉아 있는 '수사권 조정'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경 모두 자신이 공을 세우겠다는 공명심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결과"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자체가 중단돼 잠복해 있던 서로에 대한 반목이 '유병언 사건'에서 한번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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