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혁이 18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 경기를 치르고 있다.
[김승혜 기자]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육상 사상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메달을 획득했다.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기록해 2위에 올랐다. 
 
2m35를 2차 시기에 넘은 우상혁은 2m37에서 '현역 최강'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과 금메달을 놓고 경쟁했다.
 
우상혁은 2m37을 1차 시기에 넘지 못했고, 바심은 2m37을 1차 시기에 뛰어넘었다. 
 
그러자 우상혁은 패스한 뒤 2m39에 도전하는 쪽을 택했다. 
 
2m39에서 첫 시도를 실패한 우상혁은 두 번째 도전에서도 바를 넘지 못하면서 은메달이 확정됐다.
 
바심은 2017년 런던, 2019년 도하 대회에 이어 세계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3연패에 성공했다. 
 
은메달은 한국 육상의 세계선수권대회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한국 선수가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것은 2011년 대구 대회 남자 경보 20㎞에서 동메달을 딴 김현섭에 이어 우상혁이 두 번째다. 
 
김현섭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경보 20㎞에서 1시간21분17초를 기록, 6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후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가 대거 나오면서 3위까지 올라섰다. 김현섭은 8년이 지난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기간 중 세계육상연맹으로부터 메달을 받았다.
 
트랙·필드 종목으로 범위를 좁히면 세계선수권 메달은 우상혁이 최초다. 
 
올해 3월 20일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2m34를 뛰어넘고 한국 육상 사상 첫 세계실내선수권대회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인 우상혁은 올림픽 다음으로 큰 무대로 여겨지는 실외 세계선수권에서 또 한국 육상의 역사를 새로 써냈다. 
 
  2m35는 우상혁이 올해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실내 대회에서 작성한 한국기록인 2m36에 단 1㎝ 모자란 기록이다. 대한육상연맹은 남자 높이뛰기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해 집계한다.
 
아울러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작성한 우상혁의 실외 개인 최고 기록에 타이를 이루는 것이다.
 
이번 대회 금메달을 목표로 삼은 우상혁은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지만, 현역 최강인 바심을 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바심은 남자 높이뛰기 역대 2위 기록인 2m43을 보유하고 있는 최강자다. 지난해 여름 도쿄올림픽 금메달도 그의 차지였다. 
 
도쿄올림픽 공동 1위에 오른 장마르코 탬베리(30·이탈리아)가 예선에서 2m25, 2m28을 모두 3차 시기에 넘는 등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이날 결선은 우상혁과 바심의 2파전으로 예상됐다.
 
2m30까지 우상혁과 바심은 한 차례의 실패없이 순항했다.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경기에 임하는 우상혁은 선수 소개 때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를 한 뒤 "가자"라고 외치며 선전 의지를 다졌다. 
 
우상혁은 모든 높이를 첫 번째로 시도해 다소 부담감이 있을 수 있었지만, 강심장을 앞세워 흔들림없이 도약을 이어갔다. 
 
첫 번째 높이인 2m19에서 가장 먼저 도약에 나선 우상혁은 1차 시기에 가볍게 넘은 후 뽀빠이 포즈를 취해보이며 활짝 웃었다. 
 
2m24도 완벽하게 넘은 우상혁은 2m27을 1차 시기에 가볍게 성공하고는 재차 "가자"를 외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2m19를 뛰지 않고 넘긴 바심은 2m24에서 첫 시도를 했고, 1차 시기에 성공했다. 바심 또한 우상혁과 마찬가지로 2m27, 2m30을 1차 시기에 여유있는 높이로 뛰어넘었다. 
 
탬베리 또한 2m19, 2m24, 2m27을 한 번에 성공했다. 
 
바의 높이가 2m30으로 올라가자 우상혁은 기합을 넣은 후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긴장을 풀었다. 다시 한 번 기합을 넣은 우상혁은 여유있는 높이로 바를 넘고는 양 손으로 브이자를 그려보였다. 
 
바심 또한 2m30을 1차 시기에 우상혁만큼이나 여유있는 높이로 날아올랐다. 
 
다만 탬베리는 1, 2차 시기 실패 후 3차 시기에 뛰어넘어 힘겹게 도전을 이어갈 기회를 잡았다.
 
2m30을 1차 시기에 뛰어넘은 선수는 우상혁과 바심, 셸비 매큐언(26·미국), 안드리 프로첸코(34·우크라이나) 등 4명이었다. 여기에 3차 시기에 2m30을 넘은 탬베리까지 총 5명이 2m33에 도전했다.
 
우상혁은 2m33에서 1, 2차 시기 모두 실패했다. 모두 다리가 바에 닿았다. 우상혁은 탄식하며 아쉬워했지만,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우상혁과 달리 바심과 프로첸코는 2m33을 모두 1차 시기에 뛰어넘었다. 탬베리는 1차 시기를 실패했지만, 2차 시기에 넘어섰다. 
 
부담이 적잖을 상황에서 3차 시기에 나섰음에도 우상혁은 2m33을 깔끔하게 넘는데 성공했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2m35에 도전한 우상혁은 1차 시기에 바가 허벅지에 살짝 닿으면서 성공하지 못했다. 
 
2차 시기를 앞두고 기합을 넣으며 마음을 다잡은 우상혁은 바를 넘으면서 메달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바에 몸이 살짝 닿았으나 바는 떨어지지 않았다.
 
바심은 1차 시기에 가볍게 바를 넘으면서 우승 후보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2m35에서 프로첸코가 1, 2차 시기를 실패한 후 패스를 선택한 가운데 탬베리가 세 차례 시도에도 2m35를 넘지 못하면서 우상혁은 메달을 확보한채 2m37 도전에 나섰다.
 
2m37을 1차 시기에 넘지 못한 우상혁은 프로첸코가 2m37 첫 시도에서 실패, 은메달을 확보했다.
 
바심은 2m37을 1차 시기에 성공하자 우상혁은 2m37을 패스했다.
 
2m39에서 먼저 도약에 나선 우상혁은 두 차례 시도를 모두 실패해 은메달이 확정됐다. 
 
바심은 1위가 확정된 뒤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2m42를 시도했지만, 1차 시기에 실패하자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세계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3연패는 바심이 최초다. 바심 이전에는 세계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2연패를 달성한 선수도 없었다. 
 
한편 동메달은 2m33을 기록한 프로첸코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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