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서울 시내에 은행 ATM 기계가 나란히 설치된 모습.
[정재원 기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을 금지하는 ‘금산분리’ 규제가 도입된 지 40년 만에 완화 수순을 밟는다. 은행의 비금융회사 지분 소유를 15%로 제한한 빗장을 풀어 주는 게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 등 금융권협회로부터 총 234개 건의 사항을 접수해 '디지털화, 빅블러 시대에 대응한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내놓았다.
 
은행권은 금융회사도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해당 내용은 세부 과제 중 하나로 채택됐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업무 영위 허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규제혁신 추진방향에는 은행이 15% 이내 지분투자만 가능한 비금융 자회사 투자 제한 완화, 업종 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 허용 방안 등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은행 등 전통 금융사들도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되고 사업 범위가 확대되면서 가상화폐 사업으로의 진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해 금융사들이 '빅블러 시대'에 발맞출 수 있도록 나서면서 은행권에서는 막혔던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은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테두리가 없었기 때문에 보수적인 은행업종 특성상 손을 대지 못했다"면서 "당국에서 가상화폐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된다면 은행들이 관련된 투자나 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아직은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그동안 막혀있던 기회를 열어주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면서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은행의 가상화폐 서비스 진출은 자회사 투자 제한 규제와 관련 업권법 부재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신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거나 가상화폐를 맡아서 보관하는 수탁회사(커스터디) 등에 투자하며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해왔다.
 
KB국민은행은 한국디지털에셋(KODA),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코인플러그와의 합작법인 디커스터디에, NH농협은행은 카르도에 투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은행이 직접 뛰어들 수 없으니 가상화폐를 맡아서 보관해주는 수탁회사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왔다"면서 "비금융 자회사가 허용되고 부수 업무 범위가 확장되면 은행의 가상화폐업 직접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업에 대한 당국의 빗장이 풀려도 걸림돌은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취급할 수 있게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자금세탁과 관련된 부분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은행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디지털화폐(CBDC)가 은행이 꼭 다뤄야 할 이슈가 될 것이고 가상화폐도 자산 형태의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어 은행업계 입장에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그동안은 규제로 인해 진출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대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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