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프로그램 외엔 안 돼"

국내 퀵서비스 단말기 프로그램 1위 업체가 영세 업체를 상대로 '갑(甲)'의 횡포를 부렸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소됐다. 이 업체는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1일 관련업계와 공정위 제소장 등에 따르면 A사는 퀵서비스 단말기 프로그램을 제작해 판매하며 2012년 기준 8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 퀵서비스 프로그램을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인 A사는 지난 5월 갑작스럽게 퀵서비스 업체 B사에 자사의 퀵서비스 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퀵서비스 업체들은 A사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그 대가로 기사 1인당 하루 550원의 사용료를 지불한다. 대부분 업체들은 평소 A사 프로그램을 포함해 2~3개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고객들에게 퀵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지난 5월 B사를 비롯한 다른 퀵서비스 업체들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사는 퀵서비스 업체들에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사의 프로그램을 메인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기사의 단말기가 자사의 프로그램에 연결돼 있지 않거나 타사 프로그램에 연결돼 있는 경우" 제한을 두겠다고 공지했다.

한마디로 A사의 프로그램만을 사용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2~3개의 프로그램을 함께 이용해 왔던 업체들로서는 A사의 일방적인 통보가 황당하기만 했다.

A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며칠 뒤 B사에게 자사의 퀵서비스 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솔루션 성실 사용의무' 등을 잘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B사는 곧바로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 하루 평균 200~300건에 달하던 일감이 A사 프로그램 사용금지 조치 이후 10건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뿐 아니라 퀵서비스 기사들도 덩달아 일이 줄어들면서 생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B사와 퀵서비스 기사들이 파산직전에 다다르자 A사가 슬그머니 접근했다. "자사에 해를 끼치거나 계약 등의 위배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떠한 조치나 책임추궁에 대해 이의를 제기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팩스로 B사에 보냈다.

서약서를 작성할 경우 자사 프로그램 사용 제한을 풀어준다는 조건이었다. B사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서약서에 사인해 보냈고 다시 A사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B사 관계자는 "퀵서비스 업체가 자유롭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권리를 막고 있다"며 "영세한 퀵서비스 업체들은 타사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싶어도 A사의 '갑의 횡포'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 "A사에 반발할 경우 업계에서 사실상 고립돼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며 "A사의 행태는 시장독점을 위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일 뿐만 아니라 불공정거래행위"라며 공정위 제소와 검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계약상 합당한 사유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통해 프로그램 공급을 중단했다"며 "우리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가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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