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6일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전면 철회하기로 합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양 사가 4년여 간 특허전을 벌이면서 실질적인 소득을 거두지 못한 데다 양측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로서는 애플의 '탈삼성' 전략이 지속되면서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007년부터 자사의 모든 아이폰에 삼성전자의 모바일 AP를 탑재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경쟁 심화와 특허분쟁으로 인해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여왔다. 실제로 애플은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6'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공급처를 기존 삼성전자에서 대만 TSMC로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한 때 삼성전자의 AP, 디스플레이, 메모리는 아이폰 전체 제조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했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아이폰5의 경우 8조원대에 달하는 AP를 공급했다. 디스플레이 등을 포함하면 1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삼성전자에게 애플은 놓치기 아까운 사업파트너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지난달 두 차례 미국 출장길에 올라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철회를 논의하면서 모바일AP 공급건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쿡 CEO와 만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최근 애플이 30년 전 앙숙이었던 IB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기업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것도 삼성전자의 위기감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IBM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헬스케어, 여행, 금융, 통신 분야 등 기업고객을 겨냥한 모바일 앱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글로벌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기업용 모바일 보안 솔루션 '녹스(Knox)'를 발표하는 등 기업시장 공략을 강화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애플로서도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특허전쟁을 지속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의 축이 포화에 달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업 간 거래(B2B)로 옮겨가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비해 기업시장 대응에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로서는 소모적인 스마트폰 특허전보다 기업시장 대응 전략에 골몰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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