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이재용 리더십... 관건은 '중국'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오는 11일로 입원 세 달째를 맞이한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10일 밤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다 쓰러져 곧바로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이후 11일 새벽 서울 삼성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저체온 치료와 진정치료 등을 받으며 지금까지 치료 중이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하루에 8~9시간 정도 눈을 뜨고 손발을 움직이는 등 외부자극에 대해 점차 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의식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이 100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삼성그룹은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모습이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최지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투톱 체제' 아래 흔들림 없는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세부적인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 공백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며 "삼성은 계열사별로 책임경영을 실시하는 등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입원 이후 삼성 안팎에서는 추가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설', '사업재편설' 등의 루머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부재와 맞물려 일어난 삼성전자의 2분기 '어닝쇼크'는 각종 루머에 불을 지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반도체와 TV, 가전 사업 등 삼성의 최대 캐시카우인 삼성전자의 사업영역 대부분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위기 상황에 맞게 조직과 사람을 재편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아직 계획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들어 곳곳에서 위기감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인원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실적이 좋지 않은 삼성전기와 삼성중공업도 경영진단 후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설이 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서초동 본사에서 근무하는 경영지원실 소속 1000여명 중 15% 가량을 현장에 재배치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16일부터 임원 해외출장 때 10시간 이내 단거리 비행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토록 하고 출장비용도 20% 줄였다. 오는 9월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글로벌 언팩(제품공개) 행사와 세계가전전시회(IFA)에 참가하는 임직원 수도 줄이기로 했다. 삼성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비용 30% 감축에 나선 바 있다.

임원들의 성과급 자진반납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진과 삼성중공업 임원진 등 실적이 좋지 않은 일부 계열사 임원들은 올 상반기 성과급(목표인센티브·TAI) 수령액 일부를 자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재편과 조직, 비용 축소 등으로 이어지는 최근 삼성의 일련의 움직임은 마치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며 "어떻게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더욱 긴장감이 높아 보이는데, 이는 이 회장의 부재 속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향후 닥칠 위기에 미리 대비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3세 경영체제' 어디까지 준비됐나

삼성은 이 회장의 입원 이후 지난 3개월간 경영승계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른 속도로 계열사간 사업 및 지분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에버랜드로 넘겨 소재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한 뒤 지난 1일자로 삼성SDI와 공식 합병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했던 화학계열사 정리에도 나섰다.

또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은 삼성생명이 매입했고,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제일기획, 삼성SDS가 갖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도 처분하면서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간 불필요한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특히 5월8일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서현 사장이 모두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SDS를 연내 상장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지난 6월3일에는 에버랜드 상장을 결정하며 지난해 9월부터 숨가쁘게 진행해 온 계열사 사업재편 작업에 정점을 찍었다.

이와 함께 삼성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대비해 사회적 갈등 요소들을 해소하는 이른바 '사회적 승계' 작업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은 이 회장의 입원 이후 지난 7년간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반도체공장 백혈병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지난 6월28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의 단체협상 타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갈등의 직접적인 협상 대상자가 아님에도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기업의 이미지를 갉아먹을 수 있는 문제들을 서둘러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3년여 간 끌어온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일부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애플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전면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이 부회장이 미국에 체류 중인 가운데 전해져, 업계에서는 이 부화장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과 직접 만나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배상규모만 1조원에 이르는 미국에서의 소송이 아직 남아있어 이번 소송 취하 합의를 '완전한 화해'로 보기는 힘들다"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실적둔화,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 관련 불확실성을 줄이고, 향후 미국 소송의 배상금액이 줄어들거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의 건강악화를 계기로 금융과 건설 사업부문 조정과 지분정리 등 경영승계와 사회적 승계를 위한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목받는 이재용 리더십... 관건은 '중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오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지 석달 째를 맞이한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부친의 경영 공백을 얼마나 차질없이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이 부회장은 그룹 내 굵직굵직한 현안에 깊숙히 관여하면서 '이재용 체제' 연착륙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애플의 특허 소송 철회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냈다.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이 미국 '앨런&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팀쿡 애플 CEO와 만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이재용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 부회장이 애플과의 협력관계를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애플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공급처를 기존 삼성전자에서 대만 TSMC로 바꾸면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사업부인 시스템LSI사업부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말 김기남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을 반도체 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으로 선임하며 위기대응 체제 구축에 나섰다. 이번 화해모드 조성으로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6' AP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대만 TSMC의 제품 품질을 단기간 내 신뢰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특허소송 철회를 계기로 양사 간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수차례 만나 '비지니스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신라호텔 내 마련한 삼성전자 전시장에 시 주석을 초빙해 반도체, 전지, 디스플레이 등 중국 내 주요 사업현황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 구조조정도 지휘하며 다음 체제를 대비하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 부문을 합병했으며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계획도 발표하며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착착 추진 중이다.

향후 이 부회장의 리더십 성패는 헬스케어 등 차세대 먹거리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 둔화와 중국업체의 거센 추격 등 잇단 악재에 부딪치면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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