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들의 변호사, 배짱기업과 맞장뜨다,
인터넷조차 하지 못하는 은퇴자, 노인, 주부 등과 함께 최대 1500여명의 원고를 이끌고 집단소송을 이끌어온 '개미들의 변호사'가 김주영(49)이다.

'개미들의 변호사, 배짱기업과 맞장뜨다'는 그가 어떻게 개미주주들을 조직해 배짱기업가들과 당당히 맞서싸우고 소송을 이끌었는지에 대한 더할 나위 없이 상세한 자료다. 변론집인 동시에 변호사가 소송 과정에서 느끼는 고뇌와 의문, 보람과 희열을 낱낱이 기록한 '변호사 일기'이기도 하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소송 기록 사이사이에 '변호사의 노트'라는 코너를 둬, 책을 읽는 '세상의 개미들'과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변호사의 노트' 한 단락에서 그는 자신을 '호루라기 부는 변호사'라고 말한다. "호루라기 부는 자, 영어로 휘슬블로어란 정부 또는 기업의 내부고발자를 의미한다. 나는 비록 내부자는 아니었지만 주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행동을 모니터해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이를 심층 분석해 공개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으므로 호루라기 부는 변호사라고 할 수 있겠다. 본래 호기심과 탐구심이 강한 데다가, 대형로펌에서의 기업변호사 활동경험에 참여연대 활동경험을 접목했으므로 나는 많은 기업을 괴롭히는, 꽤 성가신 휘슬블로어 역할을 했다."(89쪽)

김주영 변호사는 지금도 개미주주들의 돈을 은근슬쩍 빼내어 위기를 모면하려 하거나, 개미주주들의 정당한 권리를 막아서는 기업과 금융사 앞에서 세차게 호루라기를 불며 법정에 서있다.

가슴 가득한 억울한 심정, 배짱기업가에 대한 분노, 패소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고 항소이유서와 가처분신청서, 원고에게 보내는 서신을 쉼 없이 써왔던 김주영 변호사가 지난 10여년 소송을 돌아보며 꼼꼼히 써내려간 책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어떻게 개미주주들을 배반하고 그들의 권리를 짓밟는가에 대한 충격적인 기록이자,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연대와 사랑으로 견뎌온 고군분투 변호사의 법정드라마다. 344쪽, 1만50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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