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범 'Fantasia'(120×120㎝, Aqua Acryl Arches Canvas, 2014)
화가 정우범(68) 작품의 주된 주제는 자연이다. 대표작 ‘판타지아’는 자연과의 교감을 더욱 극대화한 표현으로 그려진 반추상이다.

작업은 수채화 고유의 투명과 우연 효과뿐 아니라 색을 빼내는 기법과 다시 채우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진행한다. 그는 이를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반복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색을 만들어낸다.

‘빠른 붓놀림으로 문지르기’라는 독특한 기법과 도구를 쓴다. 수제로 만든 고급 수채화용 종이를 물에 적시고 예리하고 탄력 있는 갈필붓 끝에 물감을 발라 툭툭 치면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때 색은 벌어진 종이의 홈으로 스며들고 종이가 마를 때 틈새가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착색된다.

이를 “색을 종이의 모세혈관까지 침투시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수채화는 마치 유화 같이 색의 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종이라는 재료가 가진 가벼움에서 벗어나고 있다. 수채화는 가벼운 그림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깨뜨리고 있다”고 평했다.

그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선화랑’에 작품을 걸었다. 그동안 야생에서 대자연의 신비함을 만나면서 느낀 환희의 순간을 표현한 ‘판타지아’ 시리즈 30여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를 표현한 500호 대작과 새롭게 시도하는 수채물감과 아크릴의 혼용작업으로 더욱 두툼한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작품이 함께 나왔다.

화면은 온통 화려한 원색의 꽃들로 가득하다. 복잡하다고 느껴지나 단순한 구성이다. 언뜻 보면 ‘설악 화가’ 김종학의 작품과 비슷하다. “몇 년 전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해서 그 그림을 봤는데 내 작품과는 다르다”고 손사래를 쳤다. “나의 꽃은 반추상이다. 우리가 주로 눈여겨보지 않는 야생화를 화폭에 담는다”며 “이름 없는 꽃의 잎과 줄기 등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기법적인 면에서도 전혀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면 구상이나 작업 과정은 추상이다. 구체적인 형태를 전제로 작업하지 않는다. “형상을 세밀화하면 호기심이 없어진다. 호기심이 없으면 감동도 없다”며 반추상을 고집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우범의 밝고 맑은 원색의 꽃 잔치는 9월2일까지 펼쳐진다.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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