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정부가 투자실패 등으로 손실을 입은 저신용 청년들을 대상으로 금리를 감면해주고 재기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청년들 사이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한 손해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윤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4일 민생안정 대책을 통해 신용도가 낮은 청년층 채무자 4만8,000명에게 이자 감면, 원금 상환 유예, 저리 이자 적용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가상자산 투자로 빚을 진 청년도 수혜 대상이다.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원금 상환만 유예해 줄 뿐 이자를 감면해주지는 않고 이자율도 연간 최대 15%로 높은 편이다. 정부는 기존 채무조정 제도를 취약 청년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번 조치는 종전의 혜택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이 제도는 주식·암호화폐(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실패를 겪은 청년층이 신속하게 회생·재기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신청 자격에 미달하더라도 이자 감면, 상환유예 등을 지원하며 신용회복위원회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저신용 청년층에게 채무 과중도에 따라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최대 3년간의 원금 상환유예를 하면서 해당 기간 저신용 청년 이자율을 3.25%로 적용하는 내용이다. 최대 4만8,000명의 청년이 1인당 연간 141만~263만 원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은 이른바 '빚투'의 위험성을 알고 실행하지 않았단 사람들에겐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빚투 채무는 생계형 채무와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놓고 지원하는 것을 잘못됐다는 지적과, 오히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높다. 

청년층이든 자영업자든 빚투 손실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성실하게 채무를 갚는 대다수의 대출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원칙 없이 이자를 깎아주고 원금을 탕감하는 것은 은행 부실을 조장할 수 있다. 금융권의 보증 여력이 줄어 정작 대출이 급한 소상공인의 자금줄이 막힐 수도 있다. 생계형 채무자와 빚투 채무자를 구분하지 않고 지원하는 것은 나랏돈을 눈먼 돈으로 만드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에 더해 청년층이 상환을 미루거나, '빚투'를 더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종로에서 회사를 다니는 정모(29) 씨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건 선택사항이다. 근데 이 후처리를 세금으로 감당해주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투자라는 게 원래 리스크를 안고 하는 건데 왜 특혜를 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초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모(28)씨는 "몰라서 빚투를 안 한 게 아니다. 빚 낼 줄 몰라서 안 내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이번 달도 세금을 더 내서 월급이 줄었다. 이런 소식을 들으니 짜증이 난다. 이왕이면 더 힘든 부분에 세금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엄모(28) 씨는 "정부에서 빚투를 장려하는 것 같다"며 "세금이 빚투 투자자를 지원하는 데 나가는 게 싫다. 성실히 일한 시민들의 세금을 엉뚱한 데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금리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을 구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 사회적 합의가 동반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코인 등 위험성이 큰 투자를 실패한 경우 기본적으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청년들은 기록이 불충분해 신용등급이 낮게 평가되고 고금리가 부가되는 경우가 있다. 청년들이 고금리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을 막는데 정부의 역할은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3.25%는 일반적 금리보다 더 낮게 해주는 것으로 어느정도 특혜성이 있다. 코로나로 힘들어진 소상공인 등에 대해서 낮은 금리를 적용해주는 것에 대해선 국민적 이해가 형성된다"며 "청년들이 창업에 힘쓰거나, 국민경제에 바람직한 일을 하다 채무가 생긴 경우는 특혜를 줄 수 있지만 논란이 있는 코인 투자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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