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오는 9월부터 1개의 휴대폰으로 두 개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단말기 구입비 및 통신요금 절감, 업무와 사생활 분리, 요금제 다양화, 알뜰폰 활성화, 환경보호 등 효과가 기대된다. 

26일 통신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와 이동통신사, 스마트폰 제조사는 오는 9월 e심 상용화 준비에 한창이다. 기존 외부 칩셋 형태인 유심(USIM)과 이심을 함께 활용하면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등 서로 다른 2개 회선을 하나의 휴대폰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내달 10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하는 플래그십폰(최상위 기종)인 '갤럭시 Z폴드4'와 '갤럭시 Z플립4' 등 4세대 폴더블폰부터 적용하기 시작해 신형폰부터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e심이란 스마트폰에 탑재된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저장된 소형 칩인 물리적인 유심(USIM)을 소프트웨어 형태로 바꾼 것이다. 유심과 달리 단말기에 내장된 칩에 이용자가 QR코드 등을 활용해 통신사의 프로파일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 

e심이 적용되면 기존 유심에 e심을 더한 듀얼심(e심+유심)을 기반으로 폰 한 대에 번호를 최대 두 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번호를 두 개 사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스마트폰 두 개를 사용하던 이용자는 e심으로 단말기 구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e심 다운로드 비용도 7,700원인 유심에 비해 절반도 안 되게 저렴하다.  

또 하나의 폰으로 일상용·업무용, 국내용·해외용 등 용도를 분리해 이용할 수 있다. 가령 두개의 번호로 들어온 전화와 메시지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갈 때 국내 번호는 e심으로 남겨두고 해외 선불 유심을 구매해서 넣음으로써 국내와 연락을 유지하면서 통화와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아울러 통신요금 절감 효과도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통 3사의 저가 요금제에 가입해 기존 번호와 혜택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통 3사와 알뜰폰의 저가 요금제에 추가 가입함으로써 통신요금을 아끼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기존에는 통신요금 절감을 위해 알뜰폰으로 이동할 경우 유무선 결합할인, 본인인증, 멤버십 할인 등 이동 3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혜택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렇게 바뀐 통신 환경에 따라 기존 통신사들이 요금제를 더욱 다양하게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비자 통신 서비스 선택폭을 넓힘으로써 구조적으로 통신비가 경감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e심은 기존 유심과 달리 물리적 삽입이나 교체가 필요 없고,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만으로 개통이 가능하므로, 이용자의 비대면·온라인 개통과 통신사 간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주로 온라인을 통해 개통하는 알뜰폰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보호 효과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e심이 이른 시일내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e심은 향후 나올 신형 폰부터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e심 모듈이 내장되지 않은 구형 스마트폰에선 e심을 이용할 수 없다. 

그간 국내는 미국, 유럽 등 해외와 달리 유심 판매 감소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 가입자 이탈 등을 우려한 통신사가 e심 관련 서비스 상품을 내놓지 않아 이용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에만 e심 기능을 넣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개정하고 유심의 정의를 기존 플라스틱 카드 칩에서 소프트웨어 방식의 e심으로 확장했다. 이와 함께 단말기 구입 시 가입한 첫 번째 회선 이후 추가 개통 회선에도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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