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심일보 대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심리적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30%대가 무너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29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공개한 정례여론조사(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이상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여론은 28%,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은 62%로 조사됐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잘하고 있다는 여론은 4%포인트 떨어졌고,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은 2%포인트 오른 것이다. (기사와 관련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불과 80일 만에 국정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한 것은 심각한 민심의 경고음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각종 인사의 ‘지인 챙기기’ 논란과 김건희 여사 관련 잡음, 윤핵관 등 여권 내 권력 갈등으로 중도층이 대거 이탈한 와중에 그래도 기대를 갖고 관망하던 지지층마저 끝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심이 실망을 넘어 국정 운영이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어가는 상황인 것이다.

31일 주간조선에 따르면  국민의힘 A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정치인이 없어. 정치를 해야 하는데, 화이부동(和而不同)인데, 다 끌어안아야 하는데 휘두르잖아. 그래서 외딴섬에 홀로 남겨지는 거고…. 게다가 윤핵관들이 다 다혈질에 힘, 세력을 과시하는 스타일 아닌가. 정치의 측면에서 보면 최악의 조합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좀처럼 국정장악력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를 ‘정치의 부재’로 꼽았다.

또 다른 B 전 의원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빠지는 이유에 대해 “먼저 정책과 인사를 보자. 인사가 문제라고 하는데, 그렇게 순식간에 (지지율) 30%대까지 빠질 일인가? 그렇게 빠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책도 요즘 행안부 경찰국 추진하지 않나. 그거 잘 뜯어보면 틀린 것 아니다. 정책에 한 방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 그런 게 없다고 이 정도가 빠질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인사도 특별히 아니고 정책도 특별히 아니야.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1번은 순전히 국민의 감정적·정서적 부분을 건드리는 탓이다. 도어스테핑에서 보이는 대통령 본인의 태도, 그리고 김건희 여사 문제. 또 하나는 내부 지지그룹의 붕괴 문제다.”라고 했다.

다른 C 전 의원도 지지율 문제를 “특정 사건의 문제가 아니고 종합적으로 여러 사건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이 50일째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면 최고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중에 책임은 누가 지더라도 일단 ‘그 사람은 괜찮습니까’부터 해야지. 거기서 공권력 투입한다고 경찰청장이나 할 얘길 하고 그러니 사람들이 봤을 때 아직 검찰총장 같다고 하는 거다.”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에서 일한 D 의원은 “윤 대통령 본인이 정치인을 싫어한다. 과장해서 말하면 반(半)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게 실용주의 행정부의 본 모습이야’ 이럴 수 있지만, 국정이란 게 일도양단으로 무 자르듯이 안 된다. 야당일 때 비난은 쉽지만, 실제로 집권하면 이제 쇼라도 해서, 국민 마음이라도 힐링을 시켜줘야 할 때가 많은데 ‘최적인사를 배치해서 일만 열심히 하면 다 된다’는 건 안일한 생각이다. 결국 마음이 국민과 함께 가야 하고 민심을 다뤄야 하는데 국민 민심을 읽는 능력이 없다.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 참모들 각료들 모두.”라고 쓴소리를 냈다.

매체는 취재에 응한 여야 전·현직 의원 모두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 본인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안보 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부터 그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Can Biden Save South Korea’s Unpopular President From Himself?)' 제하의 심층 기사(칼럼)를 실었다.

오죽하면 칼럼 내용 중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윤 대통령의 잘못에 저항하면 정권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져 진보적인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을까 싶다. 

어제 윤 대통령이 여름 휴가에 들어갔다. 한 신문은 사설을 통해 "오랜만에 갖는 휴식의 기회겠지만 치열한 반성과 고심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선에 나선 후보로선 거침없는 직진의 전사였겠지만 이제 대통령으로선 사려 깊은 경세가가 돼야 한다. 열성 지지층마저 실망감을 표출하는 지금, 윤 대통령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권 도전을 시작하고 대통령 당선으로 '운도 실력이다'라는 말을 증명했지만 이제는 실력으로 운을 보여줘야 할 때 임을 명심했으면 싶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