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 캡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 캡쳐

[김승혜 기자] "김밥을 말 때는 김이 안 터지게 조심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기물파손(김을 파손)죄로 잡혀갑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는 매회 주인공이 김밥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우영우는 구내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이 나와도, 고급 식당의 값비싼 음식이 차려진 회식자리에서도 김밥 도시락만 고집하는 '김밥 덕후'이기 때문이다.

 '우영우'에게 김밥은 아버지의 사랑과 같은 존재다.

◆편의점 김밥 매출 급증

드라마 '우영우'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한 곳이 있다. 바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간편식 '김밥'이다. 

 '우영우'가 첫 방영된 지난 6월29일 이후 편의점 김밥 매출은 급격하게 늘었다. 

통상 7~8월은 방학 기간으로 편의점 간편식 판매가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7월 매출이 연중 가장 높았다. 드라마 인기에 김밥이 불티나게 팔린 덕분이다.

5일 CU에 따르면 간편식 '김밥'의 매출 신장률은 1월 13.4%, 2월 10.1%, 3월 12.5%, 4월 18.4%, 5월 22.8%, 6월 10.0%, 7월 31.1%로 드라마 방영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CU 관계자는 "편의점은 미디어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소비채널로 최근 우영우의 인기로 김밥 매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CU에서 판매하는 김밥은 총 15종으로 그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제품은 '확실한참치김밥'이다. 이어 보석녹돈돈까스김밥, 확실한스팸김치김밥, 리챔참치마요김밥, 확실한제육김밥 순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GS25의 김밥 매출 추이도 비슷하다. 지난해 18.6%였던 7월 매출 신장률이 올해는 31.8%까지 크게 올랐다. 

GS25 관계자는 "GS25는 대학가 시험기간 중인 5월이 김밥 매출에 가장 높은 시기이고, 본격적인 방학에 들어가는 7월이 비수기로 볼 수 있다"며 "우영우 드라마 효과로 7월 비수기에도 김밥 매출이 유독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드라마 보다가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어 배달 시켰다"거나 "우영우 김밥 먹는 장면에 야식을 참지 못하고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또 '우영우 김밥집'의 실제 촬영지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의 행리단길 인근 일식 전문점엔 최근 개점 30분 전부터 손님 수십 명이 대기하고, 폭염에도 2~3시간 이상 줄을 서 있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김밥이 눈에 띄게 잘 팔리다보니 드라마 우영우가 방영하는 요일엔 점주들이 평소보다 김밥 발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지원 작가.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지원 작가.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 문지원 작가 "8개월간 월100만 원, 생계걱정 해방"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8개월간 매달 100만 원씩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생계 걱정에서 해방돼 창작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ENA 인기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탄생시킨 문지원 작가가 5일 콘진원 네이버 포스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입봉 준비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문 작가는 "이른바 '입봉' 준비를 할 때는 수입이 불안정하기 마련"이라며 "저 역시 포트폴리오용 단편 영화나 장편 시나리오를 만들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늘 저임금 단기 아르바이트만 했고, 그러다 보니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해 생계 걱정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은 제가 장편 영화를 만들고자 충무로의 문을 두드린 첫 해"라며 "단편 영화들을 연출하며 여기저기서 영화 공부를 하다 한 영화제의 장편 시나리오 피칭 프로젝트에서 수상하며 첫 발을 떼긴 했는데, 그 다음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문 작가는 2013년 콘진원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 선배 제작자 멘토링과 창작지원금 지원을 받았다. 창의인재동반사업은 참가자들에게 정상급 콘텐츠 전문가들의 멘토링과 매월 창작지원금을 지급하는 콘진원의 대표 콘텐츠 인재 육성 사업이다.

문 작가는 "창의인재동반사업 공고를 봤고, '멘토링'과 '창작 지원금' 모두 꼭 필요한 도움이었기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 지원금'은 그 자체로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됐다"며 "저는 영화 학교나 상업영화 연출부 출신이 아니어서 멘토 PD들이 들려주는 영화계 이야기들이 영화 현장에 대한 감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문 작가는 "감독이 되고자 준비했던 프로젝트들이 여럿 엎어지는 동안, 제가 썼던 시나리오 중 '증인'이 롯데시나리오공모대전에서 대상을 받고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작가로 먼저 데뷔하게 됐다"며 "'우영우'는 '증인'을 재미있게 본 드라마 제작사가 저에게 16부작 드라마 대본을 써 볼 것을 제안해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영우'라는 주인공의 이름에 대해 "드라마를 구상하던 3년 전 길을 걷다가 문득 '주인공 이름을 우영우라고 하면 좋겠다. 똑바로 해도 거꾸로 해도 우영우잖아.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처럼'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며 "드라마 속에서 영우가 이 대사를 할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이상한'이라는 단어가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잘 설명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반적이지 않은, 낯선, 독특한, 비범한, 엉뚱한, 별난, 상식적이지 않은, 특별한 사람을 가리켜 흔히 '이상하다'고 한다"며 "이상한 사람들은 다수의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두렵게 하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풍요롭게 하며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한 사람들이 가진 이상한 힘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 작가는 "'우영우'는 다양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내는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제를 굳이 한 문장으로 말해본다면 '다양성을 존중하자'정도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영화 '증인'에 이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 것과 관련, "'증인' 시나리오를 구상하던 중 우연히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관심을 갖게 됐다"며 "창작자로서 '증인'과 '우영우' 모두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캐릭터를 만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했다"고 말했다.

문 작가는 예비창작자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는 말에 "우영우 대본 탈고를 끝낸 뒤 곧바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3년 동안 대본을 쓰면서 체력이 점점 떨어져 고생했기 때문"이라며 "창의력은 체력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는 프로젝트로, 각본과 연출 모두를 맡았다"고 소개했다. 

  한편, 콘진원 창의인재동반사업에는 지난 10년간 정상급 콘텐츠 전문가로 구성된 1,339명의 멘토가 참여, 2,808명의 인재를 배출했다.

 '문지원 작가를 비롯해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의 홍준표 감독, 캐나다 판타지아국제영화제 금상을 수상한 '아맨 어 맨'의 김경배 감독, '도깨비 환관'으로 JTBC 신인작가 극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주영 작가, TBC 드라마 '인사이더'의 문만세 작가 등이 창의인재동반사업의 혜택을 받았다.

'우영우' 에피소드 원작 도서 (사진=서삼독, 솔출판사 제공)
'우영우' 에피소드 원작 도서 (사진=서삼독, 솔출판사 제공)

◆ '우영우' 테마 도서 기획전

예스24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테마로 다양한 도서를 소개하는 '당신에게도 동그라미가 있나요?'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드라마 속 에피소드의 원작 도서, 장애 키워드 도서, 드라마 명대사를 주제로 한 도서를 한자리에 모았다.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시리즈와 '법정의 고수'가 포함됐다. 자폐·ADHD·섭식장애 등을 주제로 한 도서와 '봄날의 햇살 같은 위로와 공감', '권모술수 없이 관계 만들기' 등 드라마 명대사를 키워드로 소개한 책과 고래 관련 책 등 드라마를 테마로 한 도서도 소개한다.

예스24 도서사업본부 박형욱 PD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 후 관련 도서들이 작품에 대한 관심도의 연장선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드라마를 테마로 한 이번 기획전에서 독자분들이 다양한 도서를 한 자리에서 만나 보다 즐거운 독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과 함께 관련 도서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는 출간 후 3주 만에 5,500부가 판매됐고 '법정의 고수'는 출간한 지 2년 만에 사회·정치 분야 47위에 오르며 역주행 중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촬영지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우영우 김밥' 음식점 앞에 4일 오후 식사를 하거나 인증샷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촬영지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우영우 김밥' 음식점 앞에 4일 오후 식사를 하거나 인증샷을 찍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 김밥 안 파는 '우영우 김밥집' 성황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행리단길에 위치한 한 일본 음식점이 방송을 통해 소개된 후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하지만 이 음식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방송에서 선보인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이 현상을 "대박을 치는 일에 음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황교익 씨는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극 중 '우영우(박은빈 분)'의 아버지인 '우광호(전배수 분)'가 운영하고 있는 김밥집 사진을 게재했다.

황 씨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우영우 김밥'은 원래 덮밥, 오므라이스, 우동 등을 파는 '카자구루마'라는 일본 음식점이다. 간판만 바꾸어 드라마 촬영 장소로 이용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카자구루마에는 드라마 속의 우영우 김밥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이 식당의 덮밥, 오므라이스, 우동을 먹고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당은 '음식을 파는 곳'에서 벗어난 지가 오래이고, 식당에서 팔아야 할 그 무엇을 발견하는 훈련을 쉼없이 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황 씨는 "따지면, 식당만 그런 게 아니다. 자본주의가 던지는 자극이 워낙 다양한 탓인지 변주되는 인간 욕망은 한여름 날씨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카자구루마' 음식점은 드라마에서 보인 모습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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