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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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일보 대기자] "가처분 신청 합니다. 신당 창당 안합니다"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9일, 이준석 대표는 이같이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지고 못살겠다는 식의 '이준석 정치'다.

이날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임명 후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의 첫째 임무로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수습하는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 당의 혁신과 변화를 약속했다.

앞서 이 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의결 즉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주 비대위원장 추인이 실제로 이뤄짐에 따라 법적 대응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사실 이 대표 입장에서 사법적 판단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내 징계부터 내리는 처사가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 대표는 작금의 사태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윤핵관' 세력이 자신을 대표에서 몰아내려 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식한다.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자세를 취해 왔고, 이로 인해 윤 대통령 지지 세력과 지금까지 크고 작은 알력을 빚어 온 정황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이해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려던 일이 당원권 정지의 원인이 됐다는 점, 그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본인 책임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당내 문제를 내부 대화로 조정하고 풀기보다 장외에서 비난하고 조롱하는 식으로 대처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권 이후 여당 대표로서 국정 수행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보다는 ‘내부 총질’ 비난을 들을 만큼 그가 윤석열 정부에 어깃장을 놓는 행태를 보여 온 점 등을 감안하면 내분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을 이 대표 자신이 져야 한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지만 이 대표의 이런 행태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작금의 행동이 당과 국정에 더 큰 혼란을 안긴다는지적도, 극단적 내분을 상징하는 인물로 변해간다는 지적에도 아랑곳 없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왜, 무엇을 위해 이리 '외로운 투쟁'을 벌이는 걸까?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최고위원은 오늘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언론을 통해서 혹은 보좌역을 통해서 접해 보면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큰 것으로 예상된다"며 "많은 선배 정치인들이 절차 민주주의와 당원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당대표 보고 법적 투쟁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은 피해를 입은 사람 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이라고 이 대표를 거들었다.

이어 "기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에게 치명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예를 들면 정당의 절차 민주주의나 당원 민주주의가 훼손된 사례가 정황적으로 인정이 되고 법원이 정당의 의사 결정에 개입하는 게 어렵다는 취지의 기각이라면 그것 또한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본다' '자기정치의 끝판왕'이라는 지적에 이제는 답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제오늘 비공식적이지만 115년 만에 서울에 가장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고 사망 9명, 실종 6명, 부상 9명, 이재민 만도 441명에 달한다는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발표가 있었다.

'전국노래자랑' 을 연상케 하는 장외정치에 이어 "가처분 신청합니다"라는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보면서 떠오르는 오늘의 단상은 '가소롭다'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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