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 한국인의 습성을 풍자한  속담 중에 '독 속의 게'라는 것이 있다. 독 속에 게를 풀어 놓으면 서로 밖으로 기어 나오려 발버둥친다. 그러나 결국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한다. 밑에 있는 게가 올라 가는 게를 끊임없이 물고 당겨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중국인 1명이 봇짐을 들고 공항에 내리면 중국인 10명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가게를 낼 수 있게 해준다, 다음번에 다른 중국인이 오면 이번에는 중국인 11명이 도와서 자리 잡게 한다 

한국인은 1명이 이민 오면 10명이 달려 들어서 벗겨 먹는다. 또 다른 한국인이 오면 이번에는 11명이 달려든다. 한때 해외 동포들 사이에 돌던 얘기다.

영국에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 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대체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서 보듯 사촌을 대접해 그의 지혜를 배울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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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배로부터 받은 글의 앞부분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작자 미상의 글로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다. 

어제 오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쌓는 건 2년, 무너지는 건 2주”라는 짧은 글과 함께 한 장의 서진을 올렸다. 사진 속 건물은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듯 주변이 난장판 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식당 정상영업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이 대표가 현재 국민의당이 처한 상황을 겨냥해 쓴 것으로 추측된다. ‘2년’이라는 표현은 2020년 5월 27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이후부터, 지난 9일 주호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비대위 체제가 공식화되기까지의 기간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또 ‘2주’는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문자가 노출된 뒤, 당 지도체제를 주호영 비대위로 전환하기까지의 시간을 가리켰다고 볼 수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는 즉시 해산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이 대표는 12일 비대위 공식 출범과 함께 ‘자동 해임’된다. 

이날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의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좋겠다"는 수해 복구 자원봉사 중 망언이 방송을 탔다. 문제는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해명이다. 그는 언론에 "그건 뭐 저한테 물어볼 얘기가 아니다"라며 "제가 각별히 조심하라고, 지금 이 참담한 정서에 안 어울리는 말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김 의원이 장난기가 좀 있다. 평소에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태섭 전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수해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찾아가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좋겠다'는 얼빠진 소리를 농담이랍시고 한다. 공직자로서 그야말로 기본이 안 된 것 아닌가"라고 싸잡아 질타했다.

작금의 국민의힘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독속의 게들'이 '개가 웃는' 짓을 하고 있다. 유구무언이란 말을 하기에 앞서 앞선 글의 마지막 부분이 오버랩된다.

"무더운 여름날 사자와 멧돼지가 샘터에서 만났다. 둘은 서로 먼저 물을 먹겠다고 사납게 싸웠다. 잠시 숨을 고르고 보니 멀리서 독수리 떼가 먼저 죽는 쪽을 먹어 치우려고 지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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