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심일보 대기자]  "고대 로마시대를 무대로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말이 있다. 카이사르 시저(기원전 100년 7월12일~44년 3월15일)는 갈리아 지방의 총독으로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서 연전연승, 로마시민들에게 최고 인기의 영웅이었다. 시저의 인기가 높아지자 원로원과 폼페이우스는 시저를 해임하려고 맨몸으로 로마로 입성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시저는 배신감을 느껴 군대를 거느리고 자신의 영지인 갈리아와 경계를 이루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루비콘 강을 건넌 시저는 로마의 천년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황제가 되어 로마제국을 다스린다. 그러나 불과 5년 후인 기원전 49년 브루투스가 이끄는 공화정 복고를 원하는 원로원들에 의해 암살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헤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심기일전하려는 여권의 발목을 잡는 '내부 총질'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행태가 좀 더 나아갈 경우 해당 행위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에 달하고 있는데다 가처분 심의 결과를 앞두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운명은 수사와 심의 결과에 달린 셈이다.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은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연일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외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것인데 여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준석, 미쳐돌아가고 더럽게 정치한다" 

지난 19일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한 것이 아니라 등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직격했다.

이어 "대부분의 의원들이 공격적인 이 전 대표와 엮이기 싫어 정면대응을 피하는 걸 이 전 대표는 자신을 무서워해 피하는 것으로 착각, 툭하면 직접공격하는 이상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그를 정리해야 여권과 나라가 바로선다고 이같이 주장했다.

또 그는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개고기 팔았다'고 했다"고 하자 김 전 최고는 "그동안 제가 옆에서 이 전 대표를 굉장히 많이 봐왔다"며 이 전 대표가 어떤 의도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름 풀이했다.

즉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그 내용은 '대선 때 내가(이준석) 분탕질을 좀 저질렀어도 대선 승리했으니까 넘어가지 뭐하러 나를 이렇게 괴롭히느냐', '윤 대통령이 통 큰 사람인 줄 알았는데 통 큰 사람이 아니다' 이 말이다"는 것. 

그러면서 김 전 최고는 "(이러한 이 전 대표 말은) 논리의 비약이며 더 나아가서 보면 이준석 대표가 대선에서 문제를 일으킨 점을 스스로 인정을 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지금 앞 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 전 최고는 "무슨 내부 총질이라고 표현했던데 사실은 내부 총질이 아니고 등 뒤에서 총을 쏜 것으로 피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고 피해 호소인은 이준석 대표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나는 피해자이고 저 통 큰 사람이 나를 지금 공격하는, 이것은 잘못되었다. 이런 논리로 계속 끌고 가고 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준석 컴백 개정안'을 발의했던 '친(親)이준석계'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과 1대1 대립 구도를 만들어서 자기 정치적 위상을 키우겠다는 것밖에 안 보인다"며 "일종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옥쇄(玉碎)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옥새작전은 쌍방이 다 죽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죽는 경우도 많다. 진행돼 가는 과정을 보면 이 대표도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의원은 "단순히 집권당의 대표로서 대통령이 잘되게 하기 위해 직언하고 쓴소리하는 차원을 넘어버렸다. 계속 비아냥대고 조롱대고 폭로하고 확인도 되지 않은 건데 들었다면서 대통령이 (본인을 가리켜) '이 새끼, 저 새끼' 했다고 이야기해 버린다"며 "야당도 대통령에 대해 그 정도까지는 이야기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폭넓게 큰 품으로 이 대표를 포용하는 메시지가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 이 대표에 대해 (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무대응밖에 없다"며 "이 대표의 의도가 점점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답변을 피한 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뭔가 평가하는 멘트를 했으면 이 대표 가만히 안 있었고 물고 늘어져서 대통령을 얼마나 조롱하고 비아냥댔겠는가. 자극하고 도발해서 대통령을 싸움판에 끌어내려는 의도가 보이는데 같이 맞장구 쳐서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도 못하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데일리안은 "이준석의 나르시시즘은 0.73% 신승을 이룬 유권자들의 마음에 자기 자신이 있었다는 굳건한 착각이다. 그는 거부감이 강한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에 호감을 갖도록 하는 데 일조를 한 ‘이미지 메이커’였을 뿐이다. 그 이미지도 37세로 ‘겉은 젊지만 속은 노회한’ 야당 대표에 속은 것이었지만 말이다."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어 "이준석은 도대체 윤석열 당선 운동을 하는 게 신명이 안 났기 때문이다. 그에겐 자기 인기와 권력 확보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래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을 밤낮 연구하고 감행한다. 상대 당과 후보 비판이 아니라 ‘내부 총질’에 의해서다."라고 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자신의 블러그를 통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를 향해  “이 전 대표가 더럽게 정치를 배웠다”며 “미쳐돌아가고 더럽게 정치한다”라고 맹폭했다.

그는 우선 이 전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몰아내게 당원가입해달라”라고 SNS를 통해 지적한 것을 도마위에 올렸다. 앞서 이날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비는 1,000원 이상으로 하면 3개월 뒤에 책임당원이 되어서 윤핵관의 명예로운 은퇴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적었다.

이에 전 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윤핵관을 몰아내게 당원가입 해달란다”며 “이 전 대표가 ‘박근혜 키즈’로 등장했을 때부터 그 조짐이 보였다”고 힐난했다.

이어 “‘소년급제’라고 추켜주는 김철근 아류들 아부에 취해버렸다”고 덧붙였다. 전 전 의원이 말하는 김철근씨는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으로 이준석계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러면서 전 전 의원은 과거 이 전 대표의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폭로했다.그은 “질펀한 술자리, 오만방자한 언행, 동석했던 한 언론인이 ‘이준석 씨, 이럼 안 돼요’ 했단다”며 “그러자 ‘당신이 뭔데 감히 우리 최고위원님께 이준석 씨라고 하냐’고 아류가 난리를 쳤단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준석은 싸늘한 눈으로 ‘네가 감히 짐에게’하는 느낌으로 그 언론인을 쏘아보더란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간질, 고자질, 선동질의 ‘3종 개꼼수’ 이준석 정치였다”며 “바른 말하는 진짜 청년, 장예찬을 내부총질이 아니라 등 뒤에서 칼꼽는 것, 학폭가해자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용태랑 하람이랑 인규 데리고 장예찬 합동공격한 들 반듯하고 깔끔한 진짜 청년 장예찬이 이긴다”며 “용태와 인규 하람이 뒤엔 제 정신아닌 이준석이 있고 장예찬 뒤에는 정신바짝 차린 우리들이 있으니까”라고 꼬집었다.

'與 내홍' 책임, '윤핵관' 지목 여론 많아

이 전 대표의 도를 넘은 여권 비판에 대한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과 달리, 당 내홍에 대한 책임은 윤핵관에 있다는 여론이 높다. 국민 절반 가량은 국민의힘 내홍 책임자로 '윤핵관'을 지목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이 전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1,086명을 대상으로 '이 전 대표와 윤핵관 중 누가 더 쇄신 대상이냐'고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 '윤핵관'은 47.4%, 이 전 대표는 24.0%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 모두'라는 응답은 23.7%였다. 

보수층 응답자로 범위를 좁히면 이 전 대표는 39.7%, 윤핵관은 35.9%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48.9%가 이 전 대표를 쇄신 대상이라고 본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62.2%가 윤핵관이라고 답했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내에서 좀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서도 '윤핵관'이라고 답한 응답이 60.2%에 달했다. 이 전 대표에게 당 내홍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28.3%였다.  

해당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은 50.4%가 이 전 대표에게 당 내홍 책임이 있다고 답한 반면 윤핵관을 지목한 국민의힘 지지자는 38.7%였다.

이 전 대표가 당 내홍을 촉발시키지 않았다는 응답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의 최근 발언과 행동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이 전 대표가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49.1%로 '잘하고 있다(42.8%)'는 응답보다 6.3%p 높았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조사 결과에 대해 "모든 지역과 모든 연령대에서 이준석은 쫓겨난 약자, 윤핵관은 권력에 가까운 강자라는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전 대표의 발언들이 그만큼 여론에 닿은 거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아직 넘어야 할 사법 리스크가 두 개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성상납 무마 의혹과 비대위 전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적 판단 부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법원 결과가 나와야 진짜 여론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윤핵관에서 윤 대통령으로 공격 대상을 확대하면서 지지자들의 위기감이 고조된 것 같다"며 "당내에서도 집권 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억울하게 쫓겨났다는 동정론이 당장은 먹히겠지만 길게 가면 여론은 결국 우리당은 물론 이 전 대표에게도 등을 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전환으로 당 대표에서 자동해임되는 등) 억울한 측면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당이 점점 답이 없는 수렁에 빠져가고 있다. 국민도 (당내 공방전에) 상당한 피로감에 쌓여있다. (이 전 대표) 본인이 좀 더 길게 보고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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