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명현 시사플러스 칼럼니스트/ 금융감독원 前 국장, 런던사무소장​
나명현 시사플러스 칼럼니스트/ 금융감독원 前 국장, 런던사무소장​

오래전 '막걸리 이야기'란 책이 나온 적이 있다. 나 역시 소위 '막걸리 대학'이라는 고려대학교 출신으로 막걸리에 대한 인연이 깊다. 굳이 연(連)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한국인에게 '정'을 나눌 수 있는 술은 단연 막걸리일 것이다. 술도 술이지만 막걸리를 먹으면서의 추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오늘같이 비오는 날, 막걸리 마시며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 두드리는 젓가락 장단에 맞춰 핏대 세우며 노래하던 그 시절, 그 꼰대들이 생각나고 그리운 날이다. 최근 받은 글은 막걸리에 대한 나름의 '막걸리 대동여지도' 성격의 글로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유독 비가 많았던 올 여름, 좋은 친구들과 막걸리 한 잔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막걸리 이야기

우리 술하면 역시 막걸리다. 올해 술 자리에서는 우리 전통의 탁주, 막걸리를 많이 드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맑은 청주를 떠내고(또는 떠내지 않고) 술 지게미를 체에 걸러 적당량 물을 섞은 게 막걸리다. 또한 막 걸러냈다고 해서 막걸리라고도 한다.

그래서 막걸리 심부름은 "사 오 라" 고 하지 않고  "받아 오라"고 하는 것이다.

원래 쌀로 빚었던 막걸리가 식량난으로 64년~76년은 밀가루로 주조했었고 쌀은 77년에 다시 등장했다.

막걸리에는 쌀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지역마다 막걸리가 있지만 맛이 조금씩은 다르다. 알코올 도수 6도 제한도 풀려 14도 이상까지 다양해졌다.

천상병 시인은 "배가 든든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밥" 이라고 막걸리를 예찬하기도 했다

막걸리는 통풍치료와 예방, 지방간 제거, 혈관 청소와 요산 수치 저하, 암세포 억제, 만성피로 회복등 만병통치 식품이라고도 한다. 

하루 두 잔 정도를 흔들어서 마시는 게 건강에 가장 좋다. 이런 효능으로 한때는 소비가 급증했으나 지금은 소강상태다.

2009년 한국의 10대 히트 상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막걸리 소비량이 줄면서 쌀 소비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막걸리 전성시대는 1960년대다. 당시에는 시골 면단위에도 양조장이 다 있었다. 전국에 4천 개가 넘었다.

더불어  양은 주전자 생산과 유통도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금은 서울 장수막걸리, 포천 이동막걸리를 비롯 전국에 600여 개의 양조장이 있다. 여기에서 약 1,200여 종의 막걸리가 생산된다. 

잣, 꿀, 감귤, 솔잎, 옥수수, 알밤, 더덕, 치즈, 유자, 바나나, 땅콩, 복분자, 인삼, 메밀, 조, 등 막걸리 재료가 다양해서 맛과 취향에 따른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뽑은 전국의 막걸리 품평 순위다. 일반인의 입맛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1위, 느린마을 막걸리

2위, 해창 12

3위, 복순도가 막걸리

4위, 이화백주

5위, 화성 생막걸리

6위, 서울 생막걸리

7위, 국순당 우국

8위, 영탁 막걸리

9위, 골목 막걸리

10위, 일동 막걸리

다음은 애주가들이 뽑은 전국의 유명 10대 막걸리다.

1. 정읍 태인 송명섭 막걸리(막걸리 계의 아메리카노.)

2.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옛날 추억의 바로 그 맛.)

3. 해남 해창 막걸리(특유의 향 우리 술의 자부심.)

4. 신안 암태도 섬 막걸리(술상보다는 밥상에 제격인 맛.)

5. 칠곡 막걸리(달콤하며 고소한 술 맛.)

6. 당진 신평 백련 막걸리(연잎 막걸리로 알싸한 맛.)

7. 단양 소백산 막걸리(솔잎 막걸리 노무현이 반한 맛.)

8. 양평 지평 막걸리(최근 판매 급증세의 전통적인 맛.)

9. 고양 배다리 막걸리(박정희의 술 겨울에 더 땡기는 맛.)

10. 인천 옹진 도촌 막걸리(청량함과 달달함이 잘 배합된 맛.)

최근 몇 년간의 매출을 보면 지평 막걸리, 해창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 순위로 치열한 판매 경쟁을 하고 있다.

서울 장수 막걸리는 서울탁주 제조 협회의 7개 양조장서 생산되며 제조장마다 맛이 다르다. 뚜껑이 흰색은 국내산 쌀, 녹색은 수입산 쌀로 주조한 것이다.

1925년에 세워진 양평의 지평 양조장은 근대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었고  3대째 가업승계로 이어져 전국구 유명 지평 막걸리 가 되었다. 

현존 최고의 양조장은 경북 영양 양조장으로 1920년대에 지어져 지금까지도 운영 중이다.

국내 최고가 막걸리는 18도짜리 해남의 해창 막걸리로  주문으로만 생산하며 출고가가 한 병에 11만 원이다. 맛이 무척 궁금하다. 

비오는 날에는 여전히 막걸리가 많이 팔린다. 전주는 막걸리 거리를 조성, 다양한 안주와 함께 막걸리 상품화에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지역마다 막걸리 축제도 많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 에 묻혀 있는 시월의 마지막 날, 10월 31일이  농식품부에서 정한 막걸리의 날이다. 

전국에 술 박물관이 여러 곳 있다. 그 중, 막걸리 박물관은 고양시 배다리 막걸리 집에 꾸며져 있다. 예천양조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막걸리 한잔"의  가수 '영탁' 과의 상표권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탁 막걸리 판매는 더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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