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의 "배고픈 돌" 중 하나에 새겨진 조각 (시잔= BBC 캡쳐/아하)
라인강의 "배고픈 돌" 중 하나에 새겨진 조각 (시잔= BBC 캡쳐/아하)

[정재원 기자] 유럽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물밑에 있던 과거의 유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나치가 소련군으로부터 도망칠 때 몇몇 독일 선박이 프라호보에서 침몰했다.
나치가 소련군으로부터 도망칠 때 몇몇 독일 선박이 프라호보에서 침몰했다.

그 중 가장 불길한 것은 이전 가뭄 때 물 위에 돌멩이가 있으면 고난이 앞에 있다는 것을 후세에 알리는 경고로 강물에 새겨진 "배고픈 돌멩이"이다. 대부분의 돌들은 체코에서 독일을 거쳐 흐르는 엘베 강둑에 다시 나타났다.

불발탄은 이탈리아군에 의해 포 강에서 끌어낸 것이다
불발탄은 이탈리아군에 의해 포 강에서 끌어낸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BBC와 가디언등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가뭄으로 인해 유럽의 강과 호수, 댐 등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건축물, 유적, 심지어 구시대의 무기나 위험한 폭발물들까지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다.

'지벨로' 바지선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지벨로' 바지선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스페인에서는 댐의 수위가 28%까지 내려가면서 '과달페랄의 고인돌'이라고 불리는 스톤헨지가 수면 위로 완전히 드러났다. 기원전 50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과달페랄의 고인돌은 1926년 발견됐으나, 스페인의 독재자인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1963년에 실시한 개발 계획으로 인해 댐 안에서 침수되었다. 이 스톤헨지가 온전히 관측된 것은 63년 이후로  단 네 번뿐이다.

네로가 건설한 다리의 폐허들이 티베르 강에서 드러났다.
네로가 건설한 다리의 폐허들이 티베르 강에서 드러났다.

로마에서도 티베르 강의 수위가 낮아지며 강 아래 있던 고대 로마의 다리 유적이 드러났다. 해당 유적은 로마의 네로 황제가 강 오른편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의 저택에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지었다고 한다.

'스페인 스톤헨지'는 프랑스 관리들에 의해 물에 잠겼지만 고인돌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스페인 스톤헨지'는 프랑스 관리들에 의해 물에 잠겼지만 고인돌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독일에서는 과거의 가뭄이 만들어낸 유산이 현재의 가뭄으로 인해 다시 한번 등장했다. 바로 독일의 라인강 강둑에서 발견된 '헝거스톤'이다. 헝거스톤은 가뭄이 온 날짜와 당시 사람들의 이니셜을 새긴 돌이며,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인근에서 1947, 1959, 2003, 그리고 2018년의 헝거스톤이 발견되었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의 아체레도 마을은 보통 물에 잠긴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의 아체레도 마을은 보통 물에 잠긴다.

일반적인 유적뿐 아니라 세계 대전 당시의 무기 역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의 가장 큰 강중 하나인 다뉴브강에서는 수위가 낮아지며 20척이 넘는 나치 독일의 군함이 수면 위로 등장했다. 해당 군함들은 1944년 소련의 진군으로부터 후퇴하다

더웬트(Derwent) 교회 첨탑은 원래 기념물로 남아 있었으나 나중에 철거되었다
더웬트(Derwent) 교회 첨탑은 원래 기념물로 남아 있었으나 나중에 철거되었다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450kg 상당의 2차 세계대전 당시 폭약이 발견되어 해체하는 동안 3,000여 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이 나무들은 보드민 무어의 저수지가 범람한 이후 물속에 잠겼었다.
이 나무들은 보드민 무어의 저수지가 범람한 이후 물속에 잠겼었다.

500년 만에 찾아왔다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유럽은 현재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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